•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이회창 무소속 대선 출마 임박설’ 등으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다잡으려고 ‘내부 결속’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3일 “나는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총재 출마설로 보수 진영의 분열 조짐에 ‘집안부터 단속’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날 서울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 등반대회에 참석한 이 후보는 48개 당협위원장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친근감을 표했다. 이 후보는 ‘특유의 사회자 기질’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모인 당원들의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여기 있는 위원장들 이름 불러본 지 오래돼서 꼭 부르고 싶었다. 모처럼 한분 한분 이름을 되새기고 싶었으며 남다른 감사함을 늘 느끼고 있다”며 “정말 고맙고, 고맙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인사말에서 ‘함께’ ‘우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불러올 파장을 고려한 듯 “우리 민족을 어려울 때마다 더욱 지혜와 용기를 모았고 (어려움을) 극복해서 500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며 “한나라당도 어려운 일이 있을지라도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와 용기, 단합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반드시 승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제의 일은 되돌아볼 필요 없다. 오늘 하나가 돼서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며 “뒤는 털어버리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함께 걸으면서 털어버릴 것은 털어버리고, 잊어버릴 것은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과 사랑하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위하자”며 “미래를 향해 나가겠다는 사람은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천천히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므로 오늘 걷다가도 그 자리에 앉으라”고도 했다. 그는 “어떤 사람은 나는 다 잊고 사랑하고 있는데 괜히 쑥스러워서 삐죽삐죽하는 사람이 있다”며 “다 털어버리고 앞으로 활짝 웃는 얼굴로 ‘나도 한편, 너도 한편, 우리 모두 한편’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 달라”고 ‘친박 진영’에도 화합의 제스처를 보냈다. '

    서울선대위 "5년 전 죽은 '정치귀신'이 왔다갔다 한다"

    이 후보는 이날 행사를 마친 뒤 이 전 총재와의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만나려고 비서실장(임태희 의원)을 보내지 않았느냐. (오늘이라도 서울에) 계시면 찾아뵈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를 향한 문을 아직 닫아놓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에 대한 측근들의 반응은 이 후보와 온도차가 느껴졌다.

    배성동 서울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전 총재를 '정치 귀신'에 비유하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배 위원장은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남쪽과 서쪽을 내려다 봐라. 거기에 요즘 귀신이 왔다 갔다 한다”며 “5년 전에 죽은 ‘정치귀신’”이라고 비난했다. ‘남쪽’은 이 전 총재의 자택이 있는 서빙고동, ‘서쪽’은 여의도를 지칭한 것으로 이 전 총재의 최근 행보에 대한 비판이다.

    김덕룡 의원은 “대한민국 상공에 ‘내우외환’이 온다는 예고가 있다”며 “정권교체는 시대정신이고 국민 열망이다. 정권교체 대의에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있기에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총재 대선 출마 임박설(내우)과 ‘BBK 사건’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한국 송환(외환)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간다면 이런 불안과 분열은 우리의 투지와 정의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제가 될 뿐”이라며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 후보를 중심으로 굳게 결합해 이겨야 한다. 일희일비 하지 말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나가자”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서울시 선대위는 출정결의문을 통해 “이 전 총재가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당원 뜻에 따라 한나라당과 함께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반대한 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후보를 중심으로 굳게 뭉쳐 기필코 대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덕룡 이재오 정두언 진영 이혜훈 박진 박성범 이종구 권영세 의원 등과 함께 1000여명의 당원들이 참석해 정권교체에 대한 의지를 다진 선대위 출정식은 참석한 당협위원장과 당원들이 남산을 등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