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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격한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당에 이 후보를 대표선수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게 발단이었다. 강재섭 대표가 이 말을 받아 “내부 화합부터 해야 한다. 이 최고위원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식의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이 “한쪽에선 출마한다고 하고, 한쪽에선 자파 모임 산행에 참석하고 있는데 지도부가 방치해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회창씨와 박근혜 전 대표측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지난 8월 20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뒤 이긴 쪽 진 쪽 모두가 화합을 약속했다. 국민들도 박수를 보냈다. 이 후보와 박 전 대표는 9월 7일 직접 만나 화해와 협력을 다짐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 보니 모두 입에 발린 말이었던 모양이다.
양측은 그동안 당 사무처 인사, 시·도당 위원장 선출, 대통령 선대위 인선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이 후보측이 당을 독식하려 든다” “박 전 대표측이 속으로 이 후보가 잘못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식의 싸움이 계속됐다. “나를 도운 게 무슨 죄냐”는 박 전 대표 말까지 나왔다. 경선 끝난 지 71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전히 경선 연장전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문제의 원인이 한쪽에만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선에 나가는 사람은 이 후보다. 이 후보 책임이 먼저 거론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당선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의 화합을 강조하고,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통합’을 내세우기까지 했다. 그런 이 후보가 측근들이 문제 발언으로 당을 들쑤셔 놓을 때마다 화를 냈다고 하지만 정작 결정적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 인사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포용과 관용의 덕으로 감싸주는 모습도 보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은 대선 후보들을 바라보며 이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도 되겠는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 채점표의 첫째 항목이 관용의 덕목이다. 이 정권의 편가르기에 진력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국민들이 이 후보가 한나라당을 떠맡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런 분란을 보고 어떤 점수를 주겠는지 이 후보는 생각해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