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내 ‘친이(親李) vs 친박(親朴)’ 갈등 기류의 증폭제 역할을 했다는 지적은 받고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은 30일 친박 진영의 반발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신 격렬한 설전이 벌어졌던 전날 밤 자신의 블로그에 현재 심경을 대변하는 듯한 자작시를 남겨 눈길을 끌었다.

    ‘가을산행-그대를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이 시는 단풍이 물든 가을 산의 정취를 그린 것이지만 복잡한 당내 상황과 맞물리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회창 전 총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평소 생각을 정리해야할 일이 생기면 산을 즐겨 찾는 이 최고위원답게 가을 산행을 표현한 시를 통해 현 심경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대, 오늘 너무 너무 억울해도 그대도,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할 때가 있었음을 생각하게나’ ‘달이 지면 어두워지는 것은 당연하이’ ‘세월이 가는 걸 서러워 말게나’ 등의 시구는 ‘정치공작’으로 두 번의 대선에서 억울하게 패했다고 생각하는 지지자들부터 세 번째 출마를 권유 받고 있는 이 전 총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우리가 오늘 해야 할 것은, 이웃들의 생각을 해야되는 것일세. 이웃들의 생각을 바꾸라는 것일세’ ‘그대가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으이. 이웃들은 그대와 함께 바꾸는 대열에 서라는 것일세’라는 부분은 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에 대한 ‘충고’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이재오 최고위원의 자작시 전문>

    가을山行-그대를 생각하며

    그대여!
    단풍이 아름답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게나.

    겨울이 오면
    자취를 감춰야 하네.

    그대여,
    힘이 생겼다고
    좋아서 날 뛸 것 없네.

    힘은 그렇게 오래
    주머니 속에 머물지 않네.

    아름다울 때,
    서러울 때를 생각 하게나.

    있을 때,
    없을 때를 생각 하게나.

    그대,
    오늘 너무 너무 억울해도
    그대도,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할 때가 있었음을
    생각 하게나.

    우리가 오늘 해야 할 것은,
    이웃들의 생각을 해야되는 것일세.
    이웃들의 생각은 바꾸라는 것일세.

    그대가 주인공이 아니라도 좋으이.
    이웃들은 그대와 함께
    바꾸는 대열에 서라는 것일세.

    달이지면
    어두워지는 것은 당연하이.
    그러나,
    곧 해가 뜨는 것 일세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네.
    변한다고,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네.

    세월이 가는 걸 서러워 말게나.
    또 세월이 오고 있네.

    가는 세월은 언제나 빠르고,
    오는 세월은 언제나 느린 것이네

    초조하지 말게나.
    서두르지 말게나.
    살다보면 세월이 오지 않을 수도 있네.
    그렇다고 실망하지 말게나.

    지나간 것도,
    앞으로 올 것도, 잊고 지내세.

    세상은,
    할 일이 남아 있는 자를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걸세.

    잊혀진다면, 그대의 할일도 끝났다는 걸세.
    그렇다고 서러워 말게나,
    그것이 삶의 이치인 것을 어쩌나.

    오늘
    북한산에 남긴 발자국은
    내일이면 또 다른 사람의
    발자국으로 덮이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이네 .

    하늘은
    언제나 아름답기만하네
    온갖 구름이 갖가지 형상을 그려도
    하늘은 하늘이네

    가을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네,
    산행은 더욱 그러네!
    가을은, 가을이네.
    안녕.

    2007.10.29
    여의도에서 이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