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가 2005년 9월 13일 2020년까지의 군 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안를 발표한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국방부가 국방개혁안을 발표할 당시 이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주적인 북한의 군사력 강화, 중국과 일본의 영향력 증대 그리고 미국의 동북아 전략 변화 가능성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방개혁안 발표 이후 2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한반도 안보환경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 실험은 우리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줄만큼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영향력 경쟁도 우리 안보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안보의 든든한 배경에 되어왔던 미국의 한반도 안보 전략 재평가는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반도 안보환경의 중요한 변화에 대한 예상이 결여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국방개혁안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한반도 안보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개혁안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방개혁안 발표 당시 필자가 new-right.com에 제기했던 내용을 토대로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찾아 보고자 한다.

    『국방부가 13일 ‘국방개혁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육군의 구조개편과 병력감축을 통해 현재 68만여 명 수준인 전체 군 병력규모를 2020년까지 50만 명으로 줄이고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공백을 해군과 공군의 전력증강과 무기의 현대화를 통해 메우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12일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2020년까지 향후 15년 동안 전력투자비로 289조 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군의 경상유지비를 포함할 경우 향후 15년 동안 60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국방부문에 투입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조선일보, 2005년 9월 13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병력 위주로 유지되어 왔던 군 구조를 무기체계 중심의 첨단·정예군으로 전환하는 국방개혁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옳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소멸되지 않았고 더욱이 북한 핵문제가 소용돌이치고 있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우리의 전력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그것도 방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방개혁을 서둘러 추진하려 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국방개혁의 대전제는 무엇보다도 냉엄한 안보 현실에 기초하고, 군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해야 하며,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대(對)북한 전쟁 억지력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동북아 전략군으로서의 위상 확보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방개혁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의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북한과의 형평성 문제이다. 단지 북한의 변화 가능성만 믿고 병력감축을 단행한다면 자승자박이 될 수 있다. 국방장관이 밝힌 대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민간 전문가의 견해를 참고하여(동아일보, 2005년 9월 14일) 병력감축을 추진하려 한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분명한 것은 병력감축은 북한과의 상호감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북한이 117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고 한반도의 특성상 여전히 지상전(地上戰)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만 대규모 감축을 단행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더욱이 향후 대북 군축협상의 주요 의제가 될 병력감축 카드를 먼저 개봉한다는 점도 어리석은 짓이다.

    게다가 최전방 철책선 경계를 맡아오던 전방사단의 후방 이동, 해안경계 군 병력의 경찰 대체 등은 필연적으로 작전개념과 작전계획의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력공백도 무시할 수 없다.

    둘째 한미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의 방위력은 한국군만의 전력이 아니라 주한미군과의 연합전력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병력감축에 따르는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한미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번 개혁안을 마련하면서 미국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국방개혁이 초가삼간마저 다 태워버릴 수 있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명분의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전 세계 국방비 총액은 8,790억 달러였고 그 중에서 미국은 절반에 가까운 4,147억 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였다. 이러한 미국도 타국과의 양자 또는 다자간 협력을 통해 국가안보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세계화된 오늘날 어느 국가도 단독으로 국가안보를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셋째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이다. 향후 동북아 안보환경은 더욱 복잡하게 변화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냉전은 종식되었으나 동북아에서 우리나라의 안보문제가 소멸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는 우리나라의 안보문제가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까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도 역사왜곡은 물론 독도 영유권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는 영토문제와 에너지 확보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성급한 국방개혁보다는 미래의 동북아 안보환경의 변화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군의 역할과 규모에 대한 청사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동북아 시대는 동북아시대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 시대에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가의 생존권를 확보할 수 있는 국방력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넷째 예산 문제이다. 무기체계의 정예화는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먼저 병력을 감축한 상황에서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전력공백이 나타나게 된다.

    병력감축과 무기체계의 변화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감축 규모, 장비 이전, 예산 마련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추진함으로써 전력공백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

    자주국방은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산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없이 첨단·정예군을 외치고 병력감축을 서두른다면 전력공백만 자초할 뿐이다.

    다섯째 국민의 동의 여부이다. 국방개혁과 같은 중대한 문제의 추진에는 ‘국민과의 합의’가 대단히 중요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현재의 안보상황을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천일양병(天日養兵)은 일시지용(一時之用)을 위한 것이다. 단지 북한의 변화 가능성만을 믿고 민간전문가의 견해를 토대로 국방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자세가 아니다.

    또한 병력감축으로 인해 발생할 조기전역 장교들의 일자리 보장 문제의 해결도 중요한 과제이다. 군인들이 자신의 거취문제로 불안해지면 전투력과 군의 안정성에 치명적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국방개혁은 이상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