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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대선출마설’이 대두되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회창-박근혜 연대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아직 나온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질문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언급 자체를 꺼렸다.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2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박 전 대표는 ‘이회창 대선출마설이 나오면서 박 전 대표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유족대표 추도사도 동생 지만씨가 하는 등 박 전 대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을 두고 독자노선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27일 경선 캠프 상임고문을 맡았던 서청원 전 대표의 사조직인 ‘청산회’가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서 갖는 등반대회 참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경선 기간 동안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참석하는 것으로 (박 전 대표는) 잠깐 인사만 하고 올 예정”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서 전 대표가 지난 15일 이 전 총재와 오찬 자리에서 이명박 대선후보의 당 운영을 비판한 것과 맞물려 뒷말이 나온다. 청산회는 전국 5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모임으로 박 전 대표의 또 다른 지원세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도 박 전 대표는 추도객들과 일일일 악수를 나누며 “억울해 죽겠다” “내가 죽기 전에 꼭 나와 달라”고 말하는 지지자들의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또 경선 캠프에서 함께 일했던 의원들도 여전히 당내 ‘친박 세력’으로 남아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나 말 한마디가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제로 “나를 도와준 사람들이 죄인이냐” “꼭 살아남아라” 등 박 전 대표의 말 한 마디는 당내에서 묘한 파문을 일으키는 동시에 박 전 대표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줬다. 또 이 전 총재의 출마설도 박 전 대표의 ‘불만 표출’과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더 큰 파장을 낳았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 연설만으로도 이 후보에게 큰 도움을 준 것 아니냐. 그런데도 이 후보 측에서 못미더워해 경선이 끝난 뒤에 한번 더 만나서 화합을 다짐했다”며 “이후에 이 후보가 한 게 뭐가 있느냐. 당내 줄서기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무처 직원들까지 박 전 대표와 조금이라도 관계만 있으며 한직으로 내몰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리기 한 시간 전에 묘역을 찾아 헌화와 분향을 한 것을 두고서도 박 전 대표 측은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 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경선이 끝난 지 두 달이나 지났지만 이 후보의 화합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이 후보 측 전재희 최고위원이 추도식에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에도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충남 방문을 시작으로 중원공략에 나선 이 후보는 27일 고(故)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는 충북 옥천에서 하룻밤을 묵고 육 여사의 생가 방문을 검토하는 등 ‘박근혜 끌어안기’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을 ‘밖’이 아닌 ‘안’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