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파병 자이툰 부대 주둔 연장 찬성’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 짓기 위해 24일 소집된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당내 ‘파워’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총은 이명박 대선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를 당론으로 확정, 이 후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 후보가 직접 참석까지 해 이라크 파병 연장에 찬성해 줄 것을 당부한 자리에서 반대 의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려 하자 이 최고위원이 나서 이를 차단, 회의를 순식간에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의총에는 당내 ‘투톱’인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의총에 직접 참석한 이 후보는 “미래에 다가올 자원 전쟁에 있어서 이라크라는 나라를 가까이 하는 것은 중요하고 한미관계도 중요하다”며 “한미관계, 미래 자원외교, 경제외교,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할 한국기업들, 모든 것을 생각해서 자이툰 부대가 인원 줄여 1년 (주둔을)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고 합의해서 의견 발표했다”고 파병 연장에 찬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사실 오늘 의원들의 의총 결의를 들어보고 발언하려고 했으나 사안이 중요하고, 후보 개인 의견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제(23일) 급히 강 대표, 안 원내대표,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외교안보분야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급히 만나 상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라크는 (석유) 지상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크다(많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매장량은 걸프만에서의 바다 매장량을 합쳐서 큰 것이지 지상 매장량은 이라크가 더 크다”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이 기름 밭 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라크 파병 연장의 경제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세계가 자원 확보 경쟁하고 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이툰 부대가 인원을 줄여서라도 600여명 정도의 인원을 주재하면서 중동국가 전체에 관심을 갖는 국가로 남아 있는 게 중요하다”며 “의총을 앞두고 먼저 의견을 발표한 건 죄송하지만 그런 뜻을 참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라크 파병 연장에 찬성해 줄 것을 당부한 뒤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다음 일정을 위해 의총장을 떠났다.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 한나라당 측 간사 황진하 의원이 나와 이라크 파병 연장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찬성 당론 확정’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파병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고진화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안 원내대표는 “사실 오늘 토론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오전 10시부터 국감 시작이고 하니까 제일 전문가인 국방위에서 결정된 안과 이 후보 주장을 뒷받침 해드리는 차원에서 박수로 (찬성 당론 확정)하자”며 “몇 분 이의가 있다는 것은 속기록에 남기도록 하고…”라고 의총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고 의원은 즉각 “회의를 하러 온 것이냐 결의안을 통과시키러 온 것이냐. 이런 식이라면 사전에 통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예상치 못한 반대 의견’에 부딪친 안 원내대표는 “반대하는 분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한분 말씀만 들어보고 (당론을 확정하자), 표결해 봤자…”라고 상황을 정리하려 했지만 이번엔 이 후보 진영의 실세로 알려진 이재오 최고위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 후보가 직접 의총에 참석해 ‘찬성’을 당부하는 발언까지 한 마당에 반대 토론을 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후보 입장을 말했으니까 파병 연장 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오면 토론 하자. 동의안이 국회로 넘어 왔을 때 한 번 더 당론으로 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할 것인지 하자(의총을 열자)”며 “반대 토론을 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의총은 이 최고위원의 말대로 토론 없이 마무리 됐으며 당론은 파병 연장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