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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대선 출마설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 전 총재의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주변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을 확산시키고 있는 형세다.
23일 서울 남대문로에 위치한 이 전 총재 사무실 앞에서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충청지역 시민단체라는 '충청의 미래'는 '이 전 총재 제 17대 대통령후보 출마 추대 결의대회'를 열고 "이 전 총재를 국민의 후보로 추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충청의 미래' 뿐 아니라 이 전 총재 팬클럽 '창사랑'과 일부 우파 단체 회원 등 2000여 명이 참석해 이 전 총재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구국결단 이회창' '대통령 이회창'이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연신 '이회창'을 연호하며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촉구했다.충청의 미래 박석우 회장은 "동서와 정파 세대의 갈등을 극복하고 나라를 구할 사람은 이 전 총재 뿐"이라며 "국가의 모든 갈등을 치료할 지도자인 이 전 총재가 국민 후보로 추대 됐음을 공개한다. 이 전 총재를 지지했던 이들이여 잠에서 깨어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심은 하늘의 뜻"이라며 "이 전 총재는 하루속히 출마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 편에 서서 국익과 안보, 다음 세대에게 꿈과 이상을 실현할 제3의 대선후보는 바로 이 전 총재 뿐"이라며 "오늘 이후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 전 총재가 대선에 출마하도록 만들겠다"고 결의했다.
이회창측 출마설 관련 아리송 답변 "구체화된 입장 발표…" "어떤 형태로 힘을 보탤지는…"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았던 그는 이흥주 특보를 통해 "여러 업체가 입주해 있는 빌딩 앞에서 이런 행사를 하면 여러 사람에게 불편을 줄지도 모른다"고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특보는 '출마설'과 관련해선 특별히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권 교체를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지난 번 답변에 대한 구체화된 입장을 얘기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자연스럽게 돕는 게 낫다며 선대위 참여를 고사한 만큼 이 전 총재가 어떤 형태로 힘을 보탤지는 앞으로 생각해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아리송한 답변을 했다.
이 특보의 발언은 듣기에 따라 이 전 총재가 출마할 수도 또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구체화된 입장을 밝힌다'는 표현은 어떤 결단 즉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어떤 형태로 힘을 보탤지 발표한다'는 부분을 들으면 오히려 '출마를 하지 않고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의미 같기도 하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가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23일 한 라디오 프로에서 "이 전 총재도 그것은 이미 근거없는 이야기라는 의견을 표현한 바가 있다. 단합을 깨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도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총재는 지난 봄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확인한 적이 있다"며 "이 전 총재는 강직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분인 만큼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지 않게 처신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