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미워한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오충을 대표가 1일 일부 인터넷 취재진과 만찬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국민에 외면당한 당 경선의 근본적인 원인을 오 대표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 탓으로 돌렸다.

    보수언론으로 대표되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70% 가까운 시장점유율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국민들의 사고가 이 언론들의 논조에 물들었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이날 "우리가 하는 일을 무조건 미워하니…"라고 푸념했다. 함께 있던 한 초선 의원은 "나는 조·중·동은 안 본다"면서 "(조·중·동은) 필요없다"고 말했다. 술을 몇 잔 마신 뒤의 발언이었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친여 매체의 한 기자가 이 의원의 발언에 "저도 오전에는 조·중·동을 안 본다"며 맞장구를 쳤다.

    이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에 조·중·동을 보면 논조에 물들까봐 안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의원은 세 신문을 "찌라시"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동석한 친여매체 기자들에게 "우리는 인터넷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인터넷 신문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보수언론이 통합신당을 아무 이유없이 무조건 미워해 비판하고 있고 이런 비판을 국민들이 별 다른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과 같은 지지율 답보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경선'이란 타이틀을 갖고 시작한 경선의 낮은 투표율에 대한 비판도 "한나라당은 당원들이 뽑은 것이고 우리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것인데 한나라당 투표율과 우리 당의 투표율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불만을 표출했고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 미국 일부 지역 선례에 비하면 훨씬 높은 참여도다. 미국에서는 투표율이 낮은 곳은 7~8%대가 나오기도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우리를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하는데 우리 당은 시민사회세력과 의원들이 각각 50%씩 참여하고 있다"면서 열린당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은 경선 전 부터 선거인단의 부정 대리접수 부터 출입 기자들까지 본인 모르게 선거인단으로 등록시키는 등의 유령 선거인단 논란을 일으켰고 예비경선에선 득표 수 계산을 잘 못해 후보 순위가 뒤바뀌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경선 시작 뒤에는 동원선거로 '차떼기' '버스떼기' '박스떼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의원들까지 가세해 몸싸움을 했다.

    특정 후보 측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명의도용까지 했고 당 지도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이틀간 경선을 중단하더니 급기야 경선 도중 경선 룰을 바꿔버렸다. 여전히 조직·동원선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대표는 3일 경선 룰을 바꾸는 긴급기자회견을 하면서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라면서 경선 도중 룰을 바꾸며 국민에게 단 한 마디 사과조차 않는 것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말처럼 "국민을 업신여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앞서 거론된 수많은 자신들의 과오 역시 자신들을 무조건 미워하는 보수언론의 비판과 이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국민의 탓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