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7일자 오피니언면 '동서남북'에 이 신문 박두식 정치부 차장대우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 날림공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을 갖고 고치고 손질해 가면서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들 했다. 아쉬운 대로 이만한 집이라도 장만한 게 어디냐는 생각도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집도 절도 없이 떠돌지 모른다는 걱정과 불안에 전전긍긍했던 것을 떠올리면, 가건물이라도 ‘우리 집을 갖게 됐으니 좋다’고 자위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한두 군데 손보는 것으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예 집을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형편이 못 된다. 그렇다고 그냥 눌러앉아 살기에는 불안하다. 생각보다 날림 정도가 심각한 탓이다. 이대로 가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들기 시작했다.

    요즘 대통합민주신당의 상황이 이렇다. 창당 한 달 조금 넘은 이 신당은 곳곳에서 날림공사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서둘러 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진 어쩔 수 없는 실수 정도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정당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조차 붕괴된 상태다. 약칭 당명(黨名)으로 쓰려고 당헌·당규에까지 넣었던 ‘민주신당’이란 이름은 법원 결정으로 당분간 쓸 수 없게 됐다. 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계산을 잘못해 순위가 뒤바뀌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정당은 선거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정당이 내부 경선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면 이보다 더 수치스러운 일이 없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나올까? 그런데도 그저 ‘실무자의 실수’라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창당 후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이 신당에서 벌어진 황당한 일들은 열거하기가 숨가쁠 지경이다. 그렇다 보니 대통합민주신당은 정가(政街)의 조롱거리가 돼 가고 있다. “국어를 못해 당명도 못 짓고, 산수를 못해 선거 득표율도 계산 못하는 당”이란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143명이 소속된 국회 제1당이자, 올해 초까지 거대 여당으로 나라 운영에 참여했던 의원들이 96%나 되고, 대선후보 5명 중 이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사람이 2명, 장관을 지낸 사람이 2명이나 포함된 신당의 요즘 실정이 이런 것이다.

    비극은 출발부터 잉태돼 있었다. 욕심이 부른 화(禍)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부터 이 신당을 빨리 만들라고 재촉했다. 이 정부 출범 후 탄생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어떤 선거에서도 승산이 없다고 여긴 의원들이 서둘러 올라탔다. 이어 과거부터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시민단체들까지 들어왔다. 이들은 지난 한 달 내부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지분 싸움’을 벌여 왔다. 그토록 드세기만 했던 열린우리당 출신 당직자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다. 정당이란 조직이 정치적 야심을 연료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 신당은 정도가 너무 심하다.

    여기에 대선후보들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DJ의 축복’을 받은 이 정당의 후보만 되면 무조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일대일 대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양자 대결만 되면 선거판은 ‘49 대 51’의 경쟁이 될 것이고, 이후 네거티브 몇 방이면 뒤집을 수 있다는 희한한 셈법에 빠져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대표로 나서려는 정당은, 기본적인 당무(黨務)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당의 후보가 나라를 어떻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지금 민심은 ‘무능한 세력’에 또 한 번 나라를 맡길 만큼 한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