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서울시장 당선 후 누군가 들고 온 소위 '살생부'를 끝내 보지 않고 돌려보냈었다"고 말했다. 경선 후 박근혜 전 대표측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를 종식하고, 당 화합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6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당 소속 문화관광위원회 위원들과 가진 오찬자리에서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배석한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이 후보는 "선거 후 서울시에 첫 출근했을 때 소위 살생부라며 명단을 들고 왔다. 노란 봉투 두 개를 들고 왔는데 하나는 청계천 복원 공약을 반대했던 공무원들의 명단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당시 여당 후보의 공약을 만들어 준 공무원들의 명단이었다"면서 "그러나 그 봉투를 끝내 보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청계천 공약을 반대했던 공무원은 현재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비난했던 세력과, 여당 후보를 지원했던 공무원은 박 전 대표측 캠프 참여 인사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이 그런 느낌일 것"이라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지적에 이 후보는 "서울시장 당선될 때처럼 모두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것은 말로 자꾸 얘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 후보는 "당시 김민석 후보가 여당후보였는데 서울시를 찾아 총무과장의 안내로 모든 공무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고 해서 방문했더니 이번에는 총무과장이 출입금지라며 문전박대 당하고 돌아왔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는 "그 후 당선되고 나니 그 총무과장이 다른 직으로 옮기겠다는 전보신청서를 가져왔지만 '필요없다'고 말하고 중용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이 후보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연희동 자택으로 예방하고 경선 이후 당내 상황과 남북 관계 등에 대해 30분여간 환담하는 것으로 전직 대통령 순례를 모두 마쳤다. 노 전 대통령은 "당내 화합이 걱정이다. 아량을 베풀고 통합의 길로 가라"고 '승자'에 주문했고, 이 후보는 "(당내에) 서로 등진 사람이 없다. 얽히고 섥힌 것이 없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며 화합의지를 내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재임시절 만든) 남북기본합의서가 빛을 못보고 있다. 그러나 빛을 발휘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검토해보니 가장 잘 된 합의서가 남북기본합의서"라면서 "그것만 남북이 잘 지키면 남북 관계가 잘 될 것"이라면서 "남북기본합의서를 북한에 잘 지키도록 이야기만 한다면 남북 문제가 제대로 풀릴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만남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노 전 대통령 측의 요청으로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