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6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는 4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을 벌인 김정수(여·45)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상임대표를 제2부속실장에 내정했다. 두 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중점 추진했던 사안들이다.

    김씨는 지난 3월 ‘파병반대 국민행동 공동대표’ 자격으로 반전 집회에 나가 “(테러를 당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다산부대) 윤장호 하사의 죽음에 노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책임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데 조용히 있을 수 없다”며 즉각 철군을 요구했다. 김씨는 또 한·미 FTA협상이 시작된 지난해 7월 ‘FTA 저지 여성대표선언’에 서명했다. 지난 3월에는 ‘FTA 타결 저지 1000인 선언’에 여성 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이라크 파병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고 역사적으로도 옳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한·미 FTA는 대통령 자신이 최고 역점 사업이라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그런 대통령이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에 자신의 정책에 반대한 주동자 중 한 사람을 데려다 놓았다.

    청와대는 “제2부속실장은 대통령 부인의 비서실장 격으로 김씨 발탁에는 대통령 부인의 뜻이 반영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인사권자는 노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한·미 FTA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정우씨를 정책특보로 데리고 있기도 했다.

    김씨는 청와대가 부르자 그토록 반대하던 대통령 품으로 달려갔다. 시민운동가라는 사람들의 본모습이 이렇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궁금한 것은 이렇게 황당한 인사를 하는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 결국 대통령은 뿌리가 같은 ‘우리 편’이면 국가의 핵심 정책에 반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편에는 가혹하지만 같은 편에는 한없이 관대한 대통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인사다. 그렇다면 또 궁금한 것은 파병이나 한·미 FTA에 대한 대통령의 진짜 속마음이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김씨 같은 ‘같은 편’들의 생각과 얼마나 다른 것이었을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