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5일자 사설 '386세대로부터 버림받은 386 정치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1980년대 386 운동권 세대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동료들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그것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에 의해서다. 40~50대가 된 386 운동권 출신 700명을 조사했더니 ‘386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권의 악습을 먼저 배웠다’ ‘사회 변화를 무시하고 경직된 사고를 하고 있다’ 등등 비판이 쏟아졌다. 이미 많은 국민이 공감해 온 내용이지만, 옛 동료들의 따가운 질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4년여 전 젊은 층의 지지로 집권했을 때 386 정치인들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컸다. 많은 국민은 이들이 정치권을 쇄신하고, 지역·이념으로 갈라진 우리 사회를 화합시키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에 대해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국민이 대다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386 정치인들이 자초한 일이다. 이들은 민주화를 자신들의 전리품으로 여겼다. 그리곤 독선적 이념에 젖어 사회를 더욱 분열시키고, 노 대통령 주변에서 권력을 즐기고, 기성 정치인을 뺨칠 정도로 구악 정치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갖가지 권력형 스캔들을 일으키고, 민주화는커녕 군사독재 정권보다 더한 언론 통제를 하고 있다. 경제는 엉망이 됐고, 청년 백수가 즐비하면서 이들은 무능의 상징이 됐다.

    설문조사에 응한 386세대는 무엇보다 386 정치인들이 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줬다는 점을 서글퍼했다. 오죽했으면 “이제 운동했다고 말해 봤자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자조적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민주화운동 경력이 멍에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정부에 금전적 보상 신청을 한 사람은 절반 밑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순수성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 정부의 민주화 보상법이 민주화운동을 희화화(戱畵化)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민주화운동을 팔아 출세한 정치인들은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