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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 토사구팽 당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 누가 돕겠나"(이해봉 의원)
"부부싸움이었는데 너무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안택수 의원)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박근혜 끌어안기'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 사무실을 일일이 돌며 '화합 제스처'를 취했으며, 이 후보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이날 대구 지역 의원 전원을 초청해 오찬을 하며 '화해모드'를 이어갔다.
이 부의장 초청으로 열린 오찬 회동에는 강재섭 대표와 함께 주호영 안택수 이한구 김석준 이명규 의원이 참석했으며,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종근 이해봉 곽성문 의원도 나왔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12명의 당 소속 의원 중 박 전 대표 본인과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주성영 의원 등 3명만 불참했다. 박 전 대표와 유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도움을 준 외교자문단과의 선약으로, 주 의원은 개인사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한시간 가량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가진 만남은 주로 이 후보측이 박 전 대표측의 이야기를 듣는 분위기로 이어졌다고 복수의 참석자는 전했다. 경선 이후 당 운영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이 섭섭함이나 불만을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이 후보측에서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반성 발언'과 같은 최근 '잡음'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생각없이 하는 얘기에 개의치말라"며 이 후보 주위 인사의 일부 돌출발언에 대한 진화에 나섰으며, 참석한 박 전 대표측 의원들도 상식선에서 "잘해나가자"고 답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 부의장은 또 "기업인 출신은 필요한 사람은 사정을 해서라도 끌어안고 간다"면서 이 후보가 '능력위주의 소외없는' 인선 원칙을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강 대표는 "금명간 박 전 대표를 찾아가 양측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하겠다"면서 "이긴 측은 겸손하고, 진 측은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경선결과 해석'을 두고 양측이 미묘한 시각차를 나타내면서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해봉 의원은 "경선은 어느 한쪽도 반승반패(半勝半敗)이지 완승완패(完勝完敗)가 아니었다. 당을 바꾼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12월 대선을 치르고 나면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개조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선거가 끝나고 토사구팽 당할 거라는 생각든다면 누가 도와주겠나"고 불만을 표하자, 안택수 의원은 "부부싸움이었는데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이 너무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반승이라는 데 동의 못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또 "오히려 한나라당 당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새출발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승자의 아량'을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근 의원은 "이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찾아가는 것보다 박 전 대표를 먼저 찾아가 두 손을 잡아야 했던 게 아니냐"면서 "진 쪽은 머쓱하니까 이긴 쪽에서 손을 내밀어 방향을 제시하고 분위기를 바꿔가야 하는데, 지난 2주간 정국을 보니 (이 후보측에서) 우리끼리 해도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게 불만"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당위원장인 박 의원은 시도당위원장 경선문제와 관련해 "한판 붙어보자고 하면 골이 더 패이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해봉 의원은 "(대선 후에도) '같이 간다'는 보장을 제도적으로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재오 최고위원은 국회 의원회관 내 박 전 대표측 의원 사무실을 찾아 "그동안 서로 마음 고생 많았는데 이제 앙금을 풀고 하나가 되자", "정권교체를 위해 합심하자"며 화해를 공개 제안했다. 그는 8층의 박세환 의원실에서 시작해 이규택 김무성 박종근 이해봉 김용갑 허태열 서병수 정갑윤 유승민 한선교 주성영 곽성문 의원 등 박 전 대표측 의원들의 방 44곳을 일일이 방문했다.
이 가운데 의원실에 있던 10여명 의원과는 직접 조우했으며, 특히 박 전 대표 캠프의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과는 차도 한 잔 하면서 치열했던 경선 과정을 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또 박 전 대표실인 545호도 방문했으나 박 전 대표가 자리에 없어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보좌진과 인사를 나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