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중국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15년이 흘렀다. 수교 이후 양국관계는 지리적 근접성, 역사적 유대감, 문화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지난 15년간 이루어진 양국간 경제교역과 사회문화적 교류의 규모는 냉전치하에서 발생한 일시적 단절과 대결로 인한 불신을 극복하고 두 나라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온 전통적 우호관계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한중 수교는 동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치 정세에도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국제질서를 태동시키는데 일조해 왔다.

    수교 이후 두 나라간 교류로 인해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곳은 경제분야이다.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교 이후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통해 한국경제는 최소 35조원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측 통계에 따르면 1992년 수교 당시 50억 달러였던 교역이 지난해 1343억 달러를 달성해 수교 당시 보다 27배나 증가했다.

    지난 해 한미간에 발생한 교역규모가 768억 달러에 불과하고 같은 기간 한일간의 교역이 785억 달러에 그친 것을 감안한다면 경제분야에서 이와 같은 교역의 증대는 한중간의 상호의존이 얼마나 심화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현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수가 4만여 개에 달하고 중국이 한국에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를 제공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경제적 동반자로서 중국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적인 측면에서도 한중 수교는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에 크게 기여해왔다. 특히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 위협 과정에서 남북한과 북미간의 대립구도를 완화시키고 6자 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중국은 그 어떤 우방보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또한 중국 지도부가 북한 지도부에 가하는 경제개방의 압력은 북한을 점진적인 개혁과 개방의 길로 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든 중국이 강조하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남북한간 군사적 충돌과 대결의 가능성을 현저히 감소시킬 것이며 이는 결국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중국으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중 수교 이후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의 경제교류가 중국의 발전에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공헌을 할 수 있었으며 중국의 성장을 위해 한반도의 안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정치 무대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역할이 증가하면서 한중 관계의 형태도 지금까지의 밀월시기를 벗어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는 반면 중국에 대한 의존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중 양국간의 비대칭 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제분야에서 중국의존의 심화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2002년 "마늘전쟁" 당시 한국은 중국의 보복조치에 굴복 당한 전례가 있으며 2005년에도 가금류와 기생충김치 파동으로 양국간 외교적 갈등이 고조된 경험이 있다.

    중국의 강대국화가 초래하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로 인해 기존의 우방인 미국과 새로운 동반자 중국 사이에 대결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미국은 기존의 맹방인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와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의 위협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중국 또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4개국이 중심이 되는 상하이협력기구에 이란, 파키스탄, 몽고 등을 흡수하는 거대한 협력전선을 형성해 미국의 봉쇄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기존의 패권국가인 미국과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 군사적 대결구도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다시 군사력과 동맹을 바탕으로 한 세력균형이 부활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다시 냉전에 버금가는 대립구도의 최전선에서 생존을 모색하기 위한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북한이라는 정치적 상수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는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한중 수교 15주년을 기념하며 두 나라 관계의 번영과 발전을 축하하는 지금의 자리가 20년, 30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향후 급변하게 될 국제정치질서를 예측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준비가 병행되어야 함을 인식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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