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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본격적인 당 접수 작업에 돌입하면서 친이명박계의 당내 비주류와 박근혜 전 대표측의 주류간 세대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후보가 당을 확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이 후보는 당 시스템의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후보의 이런 작업을 '인적청산'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색깔을 최대한 빼고 당을 이 후보 중심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것인데 제1과제가 인적교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가 "(인적교체는) 인위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 경선에서 이긴 쪽과 진 쪽에서, 무슨 살생부를 놓고 억지로 치고 하는 그런 개념의 인적 교체 청산에는 반대한다"며 제동을 걸어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당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27일 선출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도 이 후보 측의 안상수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자 박 전 대표 측의 이규택 의원이 출마의사를 밝히며 맞불을 놨다. '이명박-박근혜'간 세대결이 재연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대표는 "후보가 당에 빨리 접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특별히 할 얘기가 많지만 비공개 회의 때 얘기하겠다"면서 이 후보를 견제했다.
이 후보의 당 체질개선이 결국 현 지도부 교체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경선 직전에도 후보 선출뒤 지도부 교체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컸던 만큼 이 후보의 당 시스템 변화 추진은 결국 '지도부 교체'의 사전 작업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의 이런 움직임에 박 전 대표 측의 이규택 의원이 곧바로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밝히며 제동을 건 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의 고민도 적지않다. 여전히 당심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섣불리 인적청산 작업에 돌입할 경우 박 전 대표 측과의 세대결이 불가피하고 승산을 낙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이 후보 측의 정형근 최고위원은 27일 선출될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과 관련, "대선이 4개월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표대결로 (원내대표를) 뽑는 것이 바람직한 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가 아닌 추대형식으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과의 세대결 양상이 되는데 대한 우려다.
정 최고위원의 이런 주장에 강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후보 등록하는 것을 보고 논의하자"며 일단 보류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 역시 세대결을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못 박았고 박 전 대표 측의 김학송 의원도 "원내대표 선거 관련, 박 전 대표 캠프측도 이규택 의원의 출마를 만류하고 있다"면서 이 후보 측의 세대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 후보 측도 박 전 대표와의 세대결을 우려해 박 전 대표 측과 물밑에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곧바로 9월 전여옥 의원과 강창희 전 의원의 사퇴로 공석중인 최고위원 선출과 경선 뒤로 미뤄진 시·도당 위원장 선거도 예정돼 있어 '이명박-박근혜' 두 진영간 세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과정에서 생긴 당 내부간 상처를 씻기 위해 오는 30,31일 이틀간 의원 및 당협위원장 워크숍을 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