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1일자 오피니언면에 언론인 류근일씨가 쓴 칼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 후보를 확정한 한나라당은 이제 “왜 우리는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가”라는 대선(大選) 본연의 주제를 제시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은 항상 국민을 향해 절체절명의 대선 담론을 제시해왔다. 자유당 말기의 야당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를, 3공 때의 야당은 ‘민주회복’을, 5공 때의 야당은 ‘군정종식’을 외치면서 당시 권력에 대한 정면의 대척점(對蹠點)에 야당의 존재이유와 정권교체의 절박성을 설정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는 그런 것이 떠오른 바가 없다. 경선은 형식상 당내행사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래도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대운하를 팔 것인가 말 것인가?” “후보검증을 철저히 하자”는 정도였는데, 이런 것은 일국의 야당이 내세울 만한 ‘정권교체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대운하’는 하나의 토목공사지 나라의 진로를 좌우하는 재목(材木)은 아니다. ‘후보검증’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는 있어도 정권교체의 필요성이나 당위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여기까지는 자기들끼리의 집안 경쟁이기에 그 정도로도 적당히 넘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본선(本選) 시작인 이제부터는 그런 하위급 주제만으로는 국민에게 어필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이제야말로 도대체 왜 꼭 정권교체를 해야만 한다는 것인지, 그 근본적인 이유와 당위성을 국민에게 정연하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시점에서 정권교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난 10년간의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합작노선’을 혁파하는 것이다. 그런 노선에 정면으로 도전함이 없이 그저 이런 저런 기술적인 사업계획이나 나열하는 것은 굳이 정권교체 투쟁이라 할 수가 없고, 그런 정도라면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법도 없다.

    지난 10년은 어떤 세월이었던가? 바로 “서해교전은 반성할 점이 있다…NLL은 영토개념이 아니라(이재정)…” “정상회담은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합의를(일부 단체)…” “핵이 정상회담에 부담이 돼선 안 돼(김대중)…” 운운하는 세태가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을 거슬렀던 ‘역류(逆流)의 10년’이었다. 정권교체란 그 ‘거꾸로 섰던’ 사관(史觀)을 분명하게 바로 세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야당다운 야당으로서 정권교체다운 정권교체를 하려면 ‘2007 본선’의 주제는 당연히 ‘대운하’ ‘열차 페리’를 뛰어 넘는 ‘1948년(건국) 정신’의 회복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전선(主戰線)도 당연히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합작노선’에 대한 철학적 대칭(對稱)이자 대치(對峙)라야만 한다. 만약 이 점이 흐릿할 경우에는 한나라당은 “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가?”의 충분조건을 확보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서해교전 때 우리의 대응에 ‘반성할 점’이 있다고 한, 도대체 ‘통일부’ 장관인지 ‘통전부’ 부장인지 알 수 없는 이재정류(類)를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그런 왜곡된 사관을 근본적으로 타파해야 한다는 논리를 세워야만 “왜 정권교체냐”에 답할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그리고 정상회담이 연방제 음모의 워밍업이고, 핵 폐기 없는 퍼주기에 불과하며, 대선용 기획 상품에 그친다면 이를 원천거부하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미군철수, 한미동맹 해체에 대해선 온몸을 던져 싸우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만 한나라당은 비로소 “정권교체를 해야만…”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럼에도 한나라당은 당의 정체성마저 ‘짝퉁 햇볕’으로 어색하게 탈색시켰고,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아침에 한 말, 저녁에 한 말이 달랐다. 그러나 본선에 임해서는 달라야 한다. 한나라당은 ‘김정일 김대중 노무현 합작노선’에 대한 ‘야당다운 야당’으로서의 대칭성을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만 유권자들도 ‘지난 10년’을 연장시킬지, 종식시킬지의 ‘2007 대선’의 핵심주제를 보다 명료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