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산 불량제품에 관한 기사가 연일 각종 언론의 화두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불량제품이 특히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안후이성(安徽省)에서 가짜 분유를 먹고 최소 13명의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부터였다. 당시 이 사건은 중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일부 생산업자의 부도덕성 문제로 치부되고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꽃게, 뱀장어, 잉어, 붕어, 차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줄줄이 제기되면서 한중 양국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조짐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중국산 불량제품 문제는 일국 차원을 넘어 중국과 교역을 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애완견 사료와 파나마에서 발생한 중국산 원료로 제조된 의약품 안전사고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전세계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제조되어 미국으로 수출된 타이어와 아동용 완구, 모바일 폰으로 유명한 노키아의 중국산 배터리가 대량으로 리콜 판정 받으면서 종목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 중국산 불량제품으로 인한 충격과 의구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연이은 불량제품 파동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10일 차관급인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 국장 정샤오위에 대해 뇌물수수죄를 적용해 사형을 집행하는 극한 방법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불량제품 문제는 이후 북경TV 계약직 PD의 종이만두 조작사건과 북경 주재 한국대사관 황정일 정무공사의 의료사고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는 얼마 전 가짜 달걀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중국산 불량제품에 대한 불신과 의심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과 서구 국가간 무역분쟁 조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늘 날 쟁점이 되고 있는 중국산 불량제품은 발전도상의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정치사회적 과제의 산적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개혁 이후 중국인들은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의 유혹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왔다. 더욱이 급속한 개발이 초래한 빈부격차의 증가와 사회적 안전망의 해체로 인해 개혁 과정에서 등장하는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브레이크 장치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이다.

    중국 정부가 현 시점에서 불량제품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사회불신을 초래하는 내부적 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불량제품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불신을 타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대내적으로는 합리적 시장과 투명한 유통구조의 형성에 있음을 즉시하고 이를 촉진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구축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중국산 불량제품이 대외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것과 달리 일각에서는 불량제품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중국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하기 위한 차원에서 진행되는 고도의 정치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시각에는 중국 상인뿐만 아니라 중국제품을 취급하는 외국의 중간 유통업체와 수입업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정과 부패도 불량제품 문제를 부풀리는데 한 몫을 담당했음에도 이런 사실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억울함이 섞여있다.

    또한 중국이 제공하는 저렴한 노동력으로 인해 전세계의 저소득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농산물과 제조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공헌에 대한 저평가도 중국의 입장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으로서는 경쟁국들의 "중국 때리기"와 견제를 극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위상을 지녀야 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먹거리 문제와 의약품 등 사람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관리와 규제의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와 규범의 창출이다. 이는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중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며 이를 통해 부상하는 중국이 세계의 위협이 아닌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리더십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임을 국제사회에 입증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접근할 때 중국 정부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중국산 불량제품의 문제를 중국에 대한 제재와 압력만으로 이해하기 보다 중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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