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 텃밭 TK 사투'

한나라당의 심장부, 대구에서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가 충돌했다. '빅2' 양 진영은 14일 당의 텃밭이자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지역 합동연설회장에서 경선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연설회는 대구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전날 이 전 시장의 친형 상은씨의 도곡동 땅 차명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 발표로 양 진영 모두 예민해진 탓에 지자들간 충돌 우려가 이전 연설회보다 높았지만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행사 시작전 외견상으로는 박 전 대표의 강세가 확연히 드러났다. 박 전 대표측에서는 대구·경북 모두 우세지역으로 꼽고 있으며 이 전 시장측은 대구에서 열세, 경북에서 박빙우세를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진영은 대구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 서울의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당초 13일 경기 지역 합동연설회 까지만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를 펼친 뒤, 대구와 서울에서는 공세보다 지지호소에 연설초점을 맞추려 했으나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로 인해 연설기조를 수정했다. 따라서 이날 연설에서도 '이명박=불안한 후보'라는 점을 적극 설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이 고 육영수 여사의 추모일인데다 박 전 대표의 참석도 예정돼 있어, TK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박 전 대표의 감성전략이 나올 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일찍 부터 행사장에 입장해 기선을 제압했다. 행사 1시간 전 양 진영의 숫자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났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여기서는 게임이 안된다"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또 "텃밭에서 밀리고 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역전을 확신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 역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대구의 경우 원래 박 전 대표의 텃밭이란 점을 인정하지만, 경북은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행사초반 지지자들의 숫자가 밀리자 "대구야 원래 박 전 대표가 강세지역이니까…. 그러나 조금 있으면 경북에서 지지자들이 도착할 것"이라며 "대구만 밀릴 뿐 경북은 오히려 우리가 앞선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도 선거종반 TK에서의 '대세 굳히기'에 사력을 다했다. 지난 11번의 합동연설회 중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던 탤런트 이덕화씨까지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씨는 '오늘은 어쩐 일로 오게 됐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거듭된 물음에 "이 전 시장을 지지해서 오게됐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 6월말 이 전 시장 지지선언 당시 이 전 시장을 '각하'로 불러 구설수에 오른 탓에 "기자들과는 말 안한다"고도 했다.

이 전 시장도 이날 연설에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결국 '이명박 죽이기 정치공작'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측 한 측근은 "검찰 발표가 결국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 중 99%는 사실이 아니고 1%만이 의혹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 역시 뚜렷이 이 전 시장이 관련 있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결국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발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결국 이런 검찰수사가 역풍이 될 것"이라며 "대세에도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진영 모두 행사전 기선제압에 분주했다. 이 전 시장측 한 인사는 행사전 분위기가 박 전 대표에게 밀리자 자파 지지자들의 응원을 지시하기도 했고, 박 전 대표 측은 응원단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잘한다"는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양 캠프 소속 의원들도 TK로 총출동했다. 이 전 시장측은 고향이 포항인 이기택 전 민주당총재를 비롯해 안택수 이명규 권오을 이상배 전재희 정병국 이성권 의원 등이, 박 전 대표측은 김재원 유정복 김태환 엄호성 정희수 송영선 곽성문 의원 등이 세과시에 나섰다. [=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