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13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큰형 이상은씨 몫인 ‘도곡동 땅’이 제3자의 차명재산이라는 검찰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전 시장임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며 사실상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경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도곡동 땅’이 한나라당 경선판을 흔들 메가톤급 변수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 측은 검찰 수사 결과를 접한 뒤 ‘막판 뒤집기’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것처럼 활기를 띠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 전 대표 측은 곧바로 “이 전 시장의 후보직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캠프 내부에서는 “선거는 이것으로 끝났다고 봐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왔다. BBK 금융사기사건에 대한 공세와 맞물려 ‘불안한 후보 이명박 필패’론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 측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전 시장임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 전 시장은 그동안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온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홍 위원장은 “이와 같은 일이 선진국에서 있었다면 즉각 후보 사퇴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이 전 시장의 후보직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었던 닉슨도 이 거짓말에 비하면 실로 사소한 거짓말 하나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홍 위원장은 “만약 검찰 수사 결과 발표가 늦어져서 이 전 시장이 본선에 진출한 다음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정권교체 꿈이 사라짐은 물론 3연패의 늪에 빠진 한나라당의 존립이 불가능해 졌을 것”이라며 “모골이 송연해 진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 몫의 도곡동 땅에 대해서는 김씨 소유로 밝혀졌다는 수사 결과를 놓고 차명재산 의혹이 밝혀졌다는 이 전 시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오물을 쓰레기라고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홍 위원장은 “법무장관을 지낸 분, 대법관을 지낸 분 등과 함께 회의를 가졌다. (큰형의 도곡동 땅 실소유자가 이 전 시장이라고) 단정해도 좋다는 말이 있었고 나 역시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문뜩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혜훈 대변인은 “‘도곡동 땅 이명박 땅’이라는 발언으로 고소당한 서청원 전 대표에 대해서는 검찰이 무혐의라고 결론 내렸다”며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 소유라고 간접 시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곡동 땅 판매대금을) 제3자가 관리했다는 것은 사실 확인을 했다. 오랫동안 낮은 금리로 묶어둔 점, 월 1000만원~4000만원 인출한 점, 이상은씨가 해외로 출국했을 때 인출한 15건은 (이상은씨의 재산관리자인) 이모씨와 통화한 내역도 없다”며 “이 정도면 (도곡동 땅이) 이 전 시장의 땅이라는 것이 상식적인 결론”이라고 했다.

    검찰이 도곡동 땅 매입을 지시한 사람으로 지목한 김만제 전 포철회장이 당의 지시로 검찰 출두에 불응한 것과 관련,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본부장은 “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해서 당 지도부 중 일부라도 김 전 회장에게 검찰 소환에 나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어봤는데 그런 얘기 없었다고 하더라”며 “김 전 회장이 검찰에 나가지 않으려고 개인적으로 지어낸 이야기인지 이 전 시장 측에서 누군가가 김 전 회장에게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시장 사이의 도곡동 땅 거래에 당시 김영삼 정권의 권력 실세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검찰도 일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