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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대세몰이'와 박근혜의 '바람'이 충북에서 맞붙었다. 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여섯번째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 전 시장은 선두주자로서 대세를 확인하려는 듯 확신에 찬 어조로 '필승후보'임을 역설했고, 박 전 대표는 '박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소리높이며 역전을 자신했다.
경선 막바지로 갈 수록 한나라당 합동연설회는 '빅2'의 막판 세몰이가 거세지면서 열기를 더했다. 이 전 시장은 "양파는 까도 까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며 박 전 대표의 의혹공세 차단에 나섰으며, 박 전 대표는 "박근혜의 바람을 느끼느냐"며 '박풍'지피기에 주력했다. 이날도 양측 지지자들은 무대를 중심으로 마주보고 자리해 치열한 응원전을 펼쳤다.
양측 지지 연예인들의 응원전도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시장 측은 정흥채 서범식 강남영 정진수씨 등이 치어리더 역할을 자청하며 행사시작 한 시간 전부터 객석의 앞자리를 지켜 '수적 우위'를 과시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선우용녀 전원주씨가 나섰다. 또 송영선 의원이 객석 곳곳을 누비며 응원을 진두지휘하는 '치어리더 단장'의 역할을 했으며, 김무성 의원도 지지자들과 함께 객석에 자리했다.
이 전 시장은 "양파는 까도 까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알맹이가 없다"며 지난 1일 춘천연설회에서 나온 박 전 대표의 "양파처럼 까도 까도 의혹이 계속 나오는 후보가 만만한 후보"라는 발언에 정면 반박했다. 박 전 대표측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명박 필패론'에 대한 적극적인 맞대응이기도 하다. 그는 "양파껍질 벗겨지듯 의혹이 나온다고요?"라며 질문을 던진 뒤 "천만의 말씀"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받아쳤다.
이 전 시장은 또 최근 DNA 검사까지 응하며 출생, 병역관련 의혹을 해소한 점을 언급하며 "김대업 같은 추악한 공작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 DNA조사까지 받아들였고, 모든 것이 음해고 공작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내가 남의 이름으로 땅을 샀겠느냐"며 당 안팎에서 계속 제기하고 있는 부동산 차명소유 의혹을 강하게 거부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했다고 하지만 그럴 시간도 없이 살았다. 결코 그러한 삶을 살지 않았다"며 "남의 이름으로 땅을 숨겨놓았다, 땅투기 했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돈을 뿌린다는 거짓말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측 공세를 적시했다.
"어떠한 음해에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네거티브로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면서 "본선에서 압승하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지지율 1위로서 강한 자신감을 나타낸 이 전 시장은 연설회가 끝난 후에도 30여분간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며 자리를 떠나지 못했으며, 지지자들은 "이명박은 승리한다"고 외치며 힘을 보탰다.박 전 대표는 '박풍 몰이'에 주력했다. 박 전 대표는 "지금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한 바람이 대한민국의 중심인 충청도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며 "박근혜의 바람을 느끼느냐"고 강조했다.
연설의 시작을 '박풍'으로 시작한 박 전 대표는 홍보영상물의 주제 역시 '바람'으로 잡았다. 태풍으로 제주 앞바다가 출렁이는 영상과 함께 "22일 제주연설회 이후 불기 시작한 박근혜 바람이 바다를 건넜다. 적벽대전의 동남풍이 대한민국의 심장인 충북 청주에 상륙했다. 정권교체의 바람, 박근혜 태풍이 분다"는 내용의 내레이션이 깔렸다.
직접 '바람몰이'에 나선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로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좌파는 분열로 망하고 우파는 부패로 망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또 부패정당, '땅떼기 당'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를 겨냥, "강바닥 파고 토목공사 일으킨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집 앞에서 대규모 공사 벌어진다고 해도 돈은 개발 정보 미리 챙긴 사람이 벌어가지 않느냐"면서 "나는 땅이 아니라 땀으로 돈을 버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오는 19일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후보를 선택하겠느냐 아니며 이 정권이 어떤 공격을 해와도 끄떡없는 저 박근혜를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저 박근혜에게 맡겨 달라. 12월 19일 반드시 정권을 바꿔서 여러분의 10년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리겠다"고 본선경쟁력을 자신했다.
홍준표, 원희룡 의원은 '당 지킴이'와 '젊은 후보론'으로 각자를 부각시켰다. 홍 의원은 "누가 되더라도 한나라당은 단합만 하면 집권한다"며 "홍준표가 안돼도 좋다. 그러나 홍준표가 나서면 이 당을 단합시킨다. 지금껏 두 사람(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을 감싸왔다. 끝까지 감쌀 것이니 내게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빅2가 벌이는 추한 싸움을 국민과 언론은 '이전투구'라고 정의했다"며 "국민들은 변화와 개혁에 목말라 있다. 이 땅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씨감자'를 골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연설회는 충북선거인단(5698명)을 거의 수용할 수 있는 5500석 규모의 실내체육관에서 열렸으며, 무대뒷편까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행사장 밖에서는 박 전 대표의 동생 박지만씨가 운영하는 주식회사 EG가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시위를 벌인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노조원들과 이를 저지하던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청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