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들어 처음으로 1일 춘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강원 합동연설회에서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빅2'의 설전은 불을 뿜었다. '이명박 필승론'과 '필패론'으로 연설회를 달궈온 양측은 춘천 호반체육관에서도 상대방을 겨냥한 날선 공방으로 막바지로 치닫는 경선레이스를 가열시켰다.

    이 전 시장은 연설회에서는 처음으로 '2002년 김대업'을 거론하며 박 전 대표의 공세를 겨냥했으며, 박 전 대표는 '양파처럼 의혹이 계속 나오는 후보'로 이 전 시장을 공격했다. 인터넷상에서 지지 네티즌들의 상호비방 도구로 사용되던 이른바 '박대업'과 '다마네기(たま-ねぎ, 양파의 일본말)'라는 표현이 간접 인용되면서, 양측이 벌이고 있는 격한 대립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에서 한명의 한국인이 더 살해된 데 대해 한 목소리로 유감을 표하며 연설회를 시작했다. 양측 지지자들은 무대를 중앙으로 양측편에 나뉘어 열띤 응원전을 펼치며 지지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이 전 시장 측은 이영후 서범식 맹상훈 등 연예인들이 대거 출동해 '치어리더'를 자처하며 흥을 올렸으며, 박 전 대표 측은 김무성 의원 강창희 전 최고위원 등 캠프인사들이 지지자들과 섞여 앉아 어깨동무를 하며 '박근혜'를 외쳤다.

    이 전 시장은 최근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는 박 전 대표에 역공을 펼치며, 선두주자로서 '대세론'을 확신했다. 그는 "저를 보고 흠있는 후보라고 그랬다"면서 박 전 대표를 적시한 뒤, "젊은 시절 살기 위해 길거리에서 좌판을 놓고 장사하며 살았다. 아프리카 오지에서부터 중동, 시베리아, 남미 정글까지 세계를 향해 달렸다. 서울시장할 때 시민을 위해 세계 일류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것이 흠이냐"고 반문했다.

    과거 이태원 재래시장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선을 팔던 시절을 소개하며 이 전 시장은 "같이 장사를 하던 한 분이 자기 물건을 더 팔려고 옆집 생선은 한물갔다고 소문을 냈고, 결국 이태원 시장 전체의 생선은 모두 다 '한물간 생선'으로 소문나 손님이 끊겨 다 망하게 됐다. 그때 경험이 지금 생각난다"고 말했다. 당내 후보끼리의 '흠집내기'가 결국 한나라당 전체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에 비유하면서, 박 전 대표측 공세를 간접 비판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또 부동산 관련 의혹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전 시장은 "어떤 음해도, 어떤 거짓말로도 날 땅투기꾼으로 만들 수 없다. 진실이 살아있는 한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이명박이 한방에 간다고요, 네거티브에 쓰러진다고요"라며 청중을 향해 질문을 던졌고, 지지자들은 "아닙니다"라며 화답했다. 이 전 시장은 곧바로 "천만의 말씀"이라며 "내가 누구냐. 누가 나를 향해 내 삶에 돌을 던질 수 있겠나"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날을 더욱 분명히 세웠다. 그는 "이 정권에게 정말 만만한 후보는 의혹이 많아서 공작하기 쉬운 후보, 양파처럼 까도 까도 의혹이 계속 나오는 후보"라며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의혹에 정조준했다. 박 전 대표는 "나보고 만만한 후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에서 던진 돌이 더 아프다'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8월 20일 우리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돌멩이가 아닌 바윗덩이가 날아올 것이다. 돌멩이가 아프다고 하는 허약한 후보가 바윗덩이를 이겨낼 수 있겠느냐"고 박 전 대표는 반격했다. 그는 "매일 밤 9시 뉴스 들으면서 오늘은 또 뭐가 터질까 마음을 졸여야 한다면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우리 경제 아무나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가 출신이 경제를 살린다? 부패해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 천만의 말씀이다"며 "회사는 자신의 돈 버는 데만 생각하면 되지만 대통령은 온 국민이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시장을 거듭 몰아세운 박 전 대표는 "저 박근혜, 돌멩이가 아니라 저 설악산의 울산 바위가 날아와도 끄떡 없이 이겨낼 수 있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전방의 소식부터 물었던 나였다. 얼굴에 칼을 맞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나였다"면서 '강한 후보론'을 역설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 진영에서 다른 후보를 '부패한 후보'라고 공격하는데 그 후보는 현대건설회장 했기 때문에 부패가 아니고 부자 후보"라며 "내가 보증한다. 그 사람 부패한 사람 아니다"고 옹호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에 대해서도 "약한 후보라고 공격하는데 그 사람 약한 후보 아니다. 마가렛 대처보다 더 강한 철의 여인이다"며 "테러 때 남자도 당황했을 텐데 당당하게 대처했다. 위기관리 능력 있다. 강한 후보 뽑으려면 강호동을 데려와야 한다"고 감쌌다. 연일 양 후보를 똑같이 칭찬 또는 비판하는 홍 의원의 행보를 놓고 일각에서는 "경선 이후 당 대표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원희룡 의원은 "구태와 기득권에 찌든 이 썩은 정치를 하루빨리 갈아엎어야 한다"며 "과거로부터 자유롭고 미래에 대한 구상으로 차 있는 '21세기형 신40대 기수'가 필요하다"고 '젊은 리더십'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춘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