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운동선수 중 한 명은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한국뿐 아니라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도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지성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유럽 최강의 프로축구로 평가 받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펼치는 맹활약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영표, 설기현과 같은 한국 선수들에게 국민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는 이유는 이들이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꿈의 무대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와 이로 인한 국위선양 때문이다.

    유럽이 전세계 축구의 중심이라면 야구와 골프에서 모든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곳으로 대서양 건너편에 자리 잡은 미국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약 10여 년 전부터 이 곳에 진출해 한국이라는 이름을 미국과 온 세상에 각인시킨 또 다른 선각자들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100승 이상의 금자탑을 쌓은 박찬호와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세리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미국 땅에서 한국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던 시기 한국은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적 고비를 맞이하고 있었다. 1997년 말 갑자기 불어 닥친 IMF 사태로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던 국민들은 태평양 너머에서 펼치는 박찬호의 삼진 퍼레이드와 박세리의 우승 세러머니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삶의 의지를 되살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꿈과 도전의식을 불어넣어 준 두 명의 위대한 선수는 말 그대로 찰흙 같은 암흑에서 길을 인도해주는 빛나는 별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면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3박”에게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고 지금도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시아인이라는 불리함을 극복하고 이들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아내는 감동과 환희의 드라마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 명의 선수가 한국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카타르시스를 해소시키는 감정적 성과 이상의 것이다. 이들의 성공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는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 뚜렷하고 선명한 역할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

    최정상 무대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던 스포츠 선수들은 세상을 보는 국민의 관점을 바꿔 놓았다.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보여주는 수준 높은 경기운영, 철저한 프로정신과 팬 서비스는 그 동안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던 우리의 지평을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대시키기에 충분한 매개역할을 했다. 즉,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극적 상황을 경제 부문에서 IMF 사태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면 세계 일류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준 것이 바로 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월드스타들이었던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한국에서 출범하게 된 배경과 관련된 논란이다. 한국에서 프로야구는 6개 팀을 시작으로 1982년 출범했으며 오늘 날 K-리그의 전신인 슈퍼리그는 5개 팀이 중심이 되어 1983년 출범했다. 이 당시는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찬탈해 정치적 정당성이 결여된 전두환 정권이 집권하고 있던 시기였다. 당연히 야구와 축구 종목에서 프로리그의 출발은 탈정치를 유도하고 국민들을 우민화로 이끌기 위해 의도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프로종목의 출범은 아마추어리즘이 지배하던 한국 스포츠에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적인 시스템의 도입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를 통해 선수들은 해외리그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과 목적의식을 지니게 되었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향상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안방리그”에 만족하던 구단과 선수들은 글로벌 수준에 어울리는 실력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는 한국 스포츠의 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키는 선순환의 구조로 이어졌다.

    또한 선수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과 이들의 활약은 한국의 대외적 인지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삼성, LG, 기아 등 국내 대기업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의 프로구단을 후원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지출하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 선수들이 운동장을 누비는 것 자체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전세계에 널리 홍보하는 가치 창출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에 의해 시작된 스포츠의 프로화가 국위를 드높이고 무한 경쟁에 놓인 한국사회에 필요한 지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긴 호흡으로 역사의 흐름을 되돌아 볼 때 오늘 날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