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개최된 첫 합동연설회 이후 4일만인 26일 부산에서 재개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제주서 벌어졌던 후보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로 인해 연설회가 중단되기도 한 만큼, 이날 행사에는 과열양상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부산 선거인단(1만3964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연제구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이날 합동연설회에는 한나라당은 행사장 안팎에 100여명 경호원을 배치했으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지지자들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객석 한가운데 ‘경호원 벽’을 만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던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는 충격적인 비보도 이날 연설회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은 식전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홍보영상물만 상영했으며, 당 지도부와 경선후보들은 검은색 근조리본을 가슴에 달고 참석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자리잡은 객석에서는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의 기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대 정면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자리잡은 양측 지지자들은 '파도타기'응원과 지지후보를 연호하며 장외경쟁을 나타냈다.

    스피커를 통해 '젊은 그대' 노래가 흘러나오자 박 전 대표측 한선교 김재원 송영선 서상기 의원 등이 카메라 기자석 위로 올라가 기호 3번을 뜻하는 손가락 세개를 흔들며 응원을 유도해 과열경쟁을 자제한 당 분위기와 다른 모습으로 눈총을 받았다. 이 전 시장 지지자로 보이는 당원의 제지로 송 의원과 마찰이 생기기도 했으며, 이 전 시장측 박승환 의원은 이 당원을 다시 저지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측에서도 중견탤런트 이영후, '임꺽정'으로 잘 알려진 정홍채 등 연예인들이 객석을 다니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비교적 차분했던 분위기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명박” “박근혜”를 연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로소 ‘합동연설회다운’ 모습을 나타냈다.[=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