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대선주자간 과열경쟁으로 일시 중단됐던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연설회가 26일 부산에서 재개됐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으로 국민적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열린 이날 연설회는 과격 지지자간 무력 충돌 등 물의를 노출시켰던 지난 제주연설회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기호 1번 이명박 전 서울시장, 기호 2번 원희룡 의원, 기호 3번 박근혜 전 대표, 기호 4번 홍준표 의원은 제 2의 도시 부산 연제구 사직체육관에서 개최된 연설회를 통해 저마다 자신이 정권교체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부산 표심에 호소했다. 

    이 전 시장은 선두주자로서 '단합'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필패론'을 부각하며 '믿을 수 있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원 의원과 홍 의원은 '빅2'의 정치공방을 싸잡아 비난하며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이어갔다.

    각 후보는 아프간 사태에 대한 우려와 한국인 피살 소식에 비통한 심정을 입모아 전했으며, 정부차원의 조속적이고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함께 촉구했다. 

    또 지난 제주토론회와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당의 노력도 눈에 띄었다.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은 무대 정면 경호원의 '인간띠'를 중심으로 각각 좌우에 나누어 앉아 응원했으며 꽹과리 북 호루라기 막대풍선 등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도구들도 지참하지 않았다.

    '정치공방 중단'을 선언한 이 전 시장은 '경선 후 단합'을 내세우며,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경선과정에서 서로 헤어졌지만 경선 끝난 후에는 모두가 하나 돼 본선에서 똘똘 뭉쳐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자"며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경호원들을 사이에 두고 박 전 대표 지지자와 자신의 지지자들이 나눠 앉은 모습을 가리키며 "정권교체야 말로 이쪽에 계신 분의 소망이고 저쪽에 계신 분의 소망이고 우리 모두의 소망이기에 하나가 되자"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 시대에 정권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이 자리에 있든 저 자리에 있든 하나가 돼야 한다"며 "정권교체가 돼야 이 나라에 희망이 있고 서민에게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본선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이유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서민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보려기 위해서"라며 "정권교체 해서 이명박이 대통령 될 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공약을 할 수 있고 정책도 만들 수 있다. 공약보다 중요한 것은 실현시키는 것이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필패론'을 주장하며, 자신의 본선경쟁력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전 대표는 "불안한 후보, 약한 후보로는 노무현 정권의 공격을 견딜 수 없다"면서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그는 "어떤 후보를 뽑느냐에 따라 정권교체를 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며 "후보가 결정된 다음 문제가 터지면 우리의 정권교체는 물건너가고 만다. 5년전 비참한 좌절을 또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한 후보는) 약속한 경선규칙을 바꾸고, 연설회 일정을 회피하고, TV합동토론회를 못하겠다고 한다"고 주장한 뒤 "약한 후보로 어떻게 악착같은 여권의 공격을 이길 수가 있겠나. 본선가서도 TV토론 못하겠다고 하겠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전 시장의 '경제대통령론'에도 박 전 대표는 정면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살려야한다"면서도 "그러나 기업해봤다고 해서 나라 경제를 살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버지는 군인출신이고, 레이건은 영화배우였지만 경제살린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며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릴 것인가 국정수업을 받으며 자랐다. 부패없는 깨끗한 지도자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과 원 의원은 '빅2'와 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홍 의원은 "두 후보 진영의 검증 공방을 보면서 연탄장수 아저씨 이야기가 생각났다. 자기 얼굴이 깨끗하다고 (연탄이 묻은 손으로) 문질러 본들 검게 되는 것"이라며 "나중에 본선에 가면 비수가 돼서 돌아온다"고 비판했다. 그는 "태어난 이후의 모든 것을 판단(검증)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통령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박 두 후보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정말 왜들 이러느냐"며 "이렇게 헐뜯고 싸워서 본선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이다"고 말했다.[=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