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지도부를 바라보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시선이 곱지 않다. 윤리위원회 징계에서부터 선거관리위원회의 합동연설회 중단 결정까지, 최근 경선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이 전 시장 측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면서 박 전 대표 측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이다.

    캠프 내에서도 지도부에 대한 볼멘소리가 많아졌다. 특히 합동연설회가 중단되고 이 전 시장 측의 검증공격이 강화되면서 ‘지도부의 이명박 편들기’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검증청문회가 끝난 뒤 이 전 시장 측이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6억원과 성북동 저택에 대한 ‘탈세 의혹’, ‘최태민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대적인 검증 공세에 나섰지만 캠프 차원의 검증 요구를 자제하라던 지도부는 일언반구 없다는 것이다.

    23일 최고위원회에서 광주 합동연설회 연기를 선관위에 권고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명박 편들기’라고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시장 캠프 실질적인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연기를 강력하게 주장했다는 전언이 박 전 대표 측의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더욱 고조시켰다. 박 전 대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경선규칙을 협상하는 과정에서부터 TV토론과 이제는 합동연설회에 이르기까지 특정후보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요구하고 당은 이를 수용해 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의 검증공세에 “신중하라”는 박 전 대표의 당부대로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속은 편치 않아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캠프에서 열린 긴급대책회에서도 검증공세 대응에 신중하라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일 계속되는 이 전 시장 측의 공격에 박 전 대표 측의 공식 논평은 “‘검증공방은 자제해 달라’는 박 전 대표의 간곡한 만류 때문에 정면대응 하지 않겠다. 은인자중하길 바란다”가 끝이다.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의 검증 공격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지도부에 분통을 터뜨렸다. 검증청문회 이후 네거티브를 자제하라던 지도부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는 것이다. 캠프 한 관계자는 “우리가 조금만 하면 박관용 선관위원장, 인명진 윤리위원장, 나경원 대변인까지 줄줄이 나서서 비난하고 자제하라고 하면서 저쪽(이 전 시장)이 공격하면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수차례 신중하라고 했기에 참고 있는 것이다. 꺼리가 없어서 참는 것이 아니다”고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와 맞물려 “박 전 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재건해 놓은 당이 어떻게 이런 한심한 결정을 연속적으로 하고 있는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의 한탄이 박 전 대표의 당 기여도를 강조하는 동시에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당선된 강재섭 대표를 향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