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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2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개최된 한나라당의 첫 합동연설회. 행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방송사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의 시선은 무대 반대편 객석을 향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두 유력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각각 지지하는 극렬 지지자들의 고성과 몸싸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날 TV합동토론회를 시작으로 공식 경선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처음으로 후보자들이 직접 나서 당원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전이란 점에서 이날 객석을 채운 지지자들은 이미 검증공방으로 가열된 각 후보측의 격한 대립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지지자간 거친 언쟁으로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의 인사말도 도중에 끊어졌다. 행사관계자가 수차례 "진행을 방해하는 연호와 단체행동은 지지후보에게도 도움이 될 수 없다. 선거법상 금지된 징, 호루라기, 깃발은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지만 호소는 체육관을 공허히 울릴 뿐,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점차 커졌고 고조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급기야 행사시작 30여분전에는 이 전 시장 지지자들에게 당원확인을 요구하는 박 전 대표측 지지자의 극렬한 요구를 행사관계자들이 저지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숫자 '1'이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은 이 전 시장측 지지자들과 기호 3번을 의미하는 손가락 세개가 그려진 푸른색 티셔츠를 입은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 간의 자리다툼은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최구식 선관위 대변인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 발생한 마당에 지나친 과열분위기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긴급 현장회의가 있었다. 준비해온 (응원) 피켓은 일제히 바닥에 내리고 다신 들지말라. 꽹과리와 북도 사용을 금지해달라. 이는 선관위와 캠프간 합의된 사항"이라는 설명이 뒤늦게 이어졌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한 진행은 행사 내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 행사관계자는 "과열양상에 대비해 지지후보에 따라 구역별로 사전에 구분하는 것이 좋았다"며 "차후에는 이런 점을 고려해야겠다"고 말했다.[=제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