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 가도(街道)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유일하게 가진 자원이라고는 인재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인재 관리 소홀로 인해 점차 안팎 곱사등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중이다. 평균주의의 주술에 빠진 교육정책은 인재 양성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데다가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환경으로 인한 인재 유출은 우리나라를 만성적인 '두뇌수지' 적자국가로 전락시키면서 인재 공동화 현상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조사한 2006년 두뇌유출지수(Brain Drain Index, 유출 경향이 강할수록 0에 유입 경향이 강할수록 10에 가까움)를 보면 아일랜드(8.14), 미국(7.84), 핀란드(7.59), 스위스(7.29)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4.91로 조사 대상 58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38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마저도 1996년의 7.21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2.3포인트나 감소한 것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일랜드는 두뇌유출지수가 2.48에서 8.14로, 인도는 3.0에서 6.76으로 증가되어 크게 대비되고 있다.

    또한 세계은행이 발표한 2000년 두뇌유입비율을 보면 호주(11.4%), 미국(5.4%)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민망한 수준인 -1.4%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또한 1990년의 -1.3%에 비해 악화된 것이다. 특히 미국 과학재단의 2004년 조사에서는 미국 주재 이공계 분야의 한국인 박사 가운데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 체류할 계획을 가진 비율은 73.9%로서 20년 전인 1984년의 50%보다 23.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2006. 12. 23, 동아일보)

    이상에서 보듯이 밖으로 유출되는 고급 인력은 크게 늘고 있는 반면 국내로 유입되는 고급 인력은 점차 줄어 우리나라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우리나라의 인재 유출은 한중일 3국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 불안으로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가 갈수록 기술 인력들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두뇌 유출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고급 인력의 흐름이 활발해지면서 '브레인 쟁탈전'이 거세지고 있다. 지식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인적자원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고급 인력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대다. 국내 공급이 모자라면 해외에서라도 끌어다 쓰는 시대인 것이다. 이는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현재 선진국들은 물론 경쟁국들도 대부분 국내인재의 양성뿐만 아니라 해외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적 프로그램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는 선진국 대학생이나 대졸자들이 원하기만 하면 무조건 취업비자를 내주기로 결정했다. 모자라는 국내 고급 인력을 선진국 인재들로 채우기 위해서다. 중국에서는 2002년 북경대(北京大) 이공대 창설 100년 기념식에 중국 국가 서열 10위 내 인사가 모두 나와 축하했다. 이와 같은 정부의 조치들이 고급 인력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인재 유출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IT 업종을 중심으로 유치 노력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IT 업종 기술 인력의 일본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경제발전에 따른 기술 인력의 필요성과 기업의 글로벌화에 따른 고급 인력 수요의 증가로 인해 우리나라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양호한 업무 환경과 대우 조건뿐 아니라 고급 인력에 대한 사회적 우대와 보다 나은 생활 환경이 보장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이처럼 심각한 인재 유출에 대한 대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우리 경제를 지탱해 나갈 핵심 성장산업 분야의 고급 인력에 대한 유출이 심각한 만큼 이들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이들 고급 인력에 대한 국가나 기업 차원의 통계는커녕 이들의 국제적 이동에 대한 공식 통계자료조차 존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과거 고급 인력의 유치를 위해 제공하던 우대 조치나 이에 대한 사회의 호의적 인식마저 과도한 양극화 논리에 묻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인재 양성에도 실패하였고 국내 인재마저 놓치고 있는 데다 외국 인재를 끌어들일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갈수록 뒷걸음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의 실패가 인재의 결핍을 낳았고 인재의 결핍이 산업의 위기를 불러왔다. 특히 이는 이공계 분야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산업의 위기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협하게 되는 상황으로 나타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 우리는 이처럼 심각한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효율적인 인재 관리를 위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첫째 과도한 평균주의와 양극화 논리를 청산해야 한다. 평균주의 교육정책은 우수한 인재의 양성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양극화 논리는 가진 자와 배운 자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 일으켜 사회에서 고급 인력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우리 사회에 정상적인 경쟁 논리를 도입하여 고급 인력의 양성과 이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변화되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둘째 기업 환경을 개선하여 투자 마인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인재 유출은 적당한 일자리와 합리적 대우의 결여로 인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소중한 재산인 인재들이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국가 발전은커녕 경쟁국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인재 유출이 업무 환경의 악화에 기인한 것이라면 국민과 정부의 각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이 왕성한 투자를 통해 우수한 인재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인재 유입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인재 유입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와 경쟁국인 중국의 인재 유입을 위한 제도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의 우수한 인재의 유입을 이들의 애국심과 봉사정신에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는 점차 국가와 민족 개념마저 변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재든 외국의 인재든 우수한 인재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나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합리적인 인재 관리 시스템의 확립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