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후보 선택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온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지지성향의 모임에 잇따라 참석, 사실상 이 전 시장쪽으로 결정했음을 시사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두차례 정무장관을 지낸 5선의 김 의원은 호남지역 상당수 당협위원장에 큰 영향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양측으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아 왔다.

    김 의원은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좋은나라포럼(유준상 대표) 주관의 '한국의 국가경영전략과 대통령 리더십' 학술토론회에 참석, 대기실에서 이 전 시장 등 내빈들과 환담을 나눈 뒤 축사를 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 전 시장 지지성향의 단체인 글로벌코리아포럼 창립대회에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전 시장, 김 의원 외에도 지난주 이 전 시장 지지를 공식선언한 이기택 전 민주당총재와 좀처럼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는 이 전 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자리를 함께 해 김 의원의 합류를 기정사실화하는 의미를 더했다. 또 주호영 비서실장, 이성권 수행실장, 캠프 서울선대위원장인 공성진 의원도 참석했다. 이 전 시장은 단상위 내빈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도중, 유독 김 의원과 반갑게 맞이하듯 힘주어 당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전 시장과 김 의원은 행사를 주관한 한나라당 상임고문 유준상 좋은나라포럼 대표를 매개로 삼아 교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전 시장은 인사말에서 "유 고문은 친구이자 정치대선배"라며 "하루도 쉬지않고 열심히 달리는 유 고문을 보면서 삶을 보람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소개했고, 김 의원 역시 "유 고문은 개인적으로 친구이며 한일굴욕외교반대시위 당시부터 동지였고, 이 전 시장도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과 김 의원은 같은 6.3세대다.

    행사에 앞서 김 의원은 '(이 전 시장쪽으로) 결정한 거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생각해봐야한다"고 웃으며 확답은 피했다. 그러나 캠프에서는 19일 검증청문회, 22일 제주부터 시작하는 합동연설회 등 본격적인 당 경선일정을 앞두고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라는데 무게를 뒀다.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젠 정말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자고 해서 어떤 가이드라인으로, 어떤 원칙으로 뽑는게 좋겠나 (의견을 나누는) 자리"라고 의미를 보탰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마냥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언행을 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낀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거창하게 국가경영철학부터 시작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나라의 운명짓는 중요한 원천"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