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검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측이 관련된 3건의 고소·수사의뢰 사건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맡겼다. 이 후보측의 고소가 검찰을 불러들였다고도 할 수 있다. 수사 대상은 이 후보 처남이 자신의 땅 매매 건을 이 후보의 ‘숨겨 놓은 재산’ 의혹과 연결지어 문제 삼은 박근혜 후보 측 사람들을 고소한 사건, 이 후보 형과 처남 소유인 ㈜다스가 ‘천호동 뉴타운 특혜’ 의혹을 내놓은 박 후보 측 의원을 고소한 사건, 한나라당이 정부가 관리하는 이 후보의 주민등록 자료 등이 유출된 경위를 밝혀 달라고 의뢰한 사건이다. 검찰은 “의혹이 난무하는 선거전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혀 ‘국민에게 선택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특수부에 배당했다”고 했다.

    한나라당 검증 공방이 결국 검찰의 개입을 스스로 유도하고, 대선 후보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자기 당의 최대사를 검찰 손에 넘겨주게 된 것이다. 아마도 건국 이래, 또 한국 야당사에서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우선 이번 수사를 통해 ‘국민에게 선택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한 검찰의 의도와 목표가 궁금하다. ‘이런 사람은 되고 이런 사람은 안 된다’는 기준을 내놓겠다는 뜻이라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로선 보통 월권이 아니다. 정권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정치 검찰’이라고 한다면 정권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은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 일이다. 검찰의 역할은 고소·수사 의뢰 대상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데 그쳐야 한다.

    검찰은 한나라당 경선 투표일인 8월 19일 이전에 최대한 빨리 수사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수사를 끌면 끌수록 거기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오해를 피할 길이 없다. 검찰은 지난 대선 때 2002년 8월 1일 시작한 ‘야당 후보 병역비리 의혹’ 수사에서 ‘비리가 없었다’는 결론을 선거 뒤인 2003년 1월 30일에야 발표했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끄는 동안 여권은 이 문제를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었다. ‘지연된 정의는 불의나 한가지다’라는 법언을 검찰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검찰에겐 ‘여당 대선 승리의 최대 공신’이라는 불명예가 돌아갔다.

    이번 검찰 수사로 이·박 두 후보는 너나없이 공멸할 수도 있는 상황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고, 검찰도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결정적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모험 속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