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은 5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해 금융거래내역 공개 등을 요구하며 압박강도를 높였다. 더불어 의혹 제기에 ‘고소 카드’를 꺼낸 이 전 시장의 대처 능력을 지적하며 ‘작은 그릇론’을 설파하는 데도 주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의 부동산 보유 의혹 핵심을 1995년 포항제철이 매입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으로 보고 차명재산 여부를 집중 공격했다. “‘도곡동 땅 차명재산’이 사실로 밝혀지면 모든 게 다 무너진다”(서청원 상임고문)는 기본 인식 하에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의 금융거래내역 공개와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이 전 시장 측이 ‘도곡동 땅 의혹’ 제기에 검찰·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발 카드로 반격한 것을 ‘대선후보 이명박의 그릇크기’를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큰 정치인이 취할만한 일은 아니다”(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는 것이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위기관리능력 부재’ 공격의 연장선상이다.

    박 전 대표 캠프는 이날 오전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날 서 고문에 이어 이날은 홍 위원장과 유승민 의원이 나서 이 전 시장의 차명재산 보유 여부를 공격했다. 캠프 내에서는 이 전 시장 측의 ‘고소고발’에 대해 “이제 다른 식구라는 얘기냐”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홍사덕 “툭하면 소송, 대통령 되려는 큰 정치인이 취할 만한 일 아니다”

    홍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더구나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벌어진 일을 법정으로 가져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헌정사상 전무했다. 처음 벌어진 일이다”며 “언론에서 제기된 문제를 큰 정치인답게 풀려면 하나하나에 대해 ‘이것은 사실이 아니고 이런 점에서 억울하고 오해 있다’고 대답해야지 소송이나 걸고 툭하면 다른 데서 개입했다고 국민 관심 돌리고 하는 것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큰 정치인이 취할만한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 위원장은 “지난 번 경부운하 토론이 막 시작될 무렵, ‘BBK 사기사건’에 연루됐는지 여부를 따지기 시작할 무렵 (이 전 시장이) 지금과 똑같은 형태로 시간을 벌고 회피했다”며 “정부여당과 우리가 한편이 돼서 문서를 위·변조한 것 아니냐고 하더니 급기야 ‘김노박(김정일-노무현-박근혜)’ 발언까지 나오면서 경부운하 토론도 무산되고 BBK 사기사건 연루 여부도 모면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부동산 차명보유’ 의혹에 검찰 고발로 대응한 것도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는 ‘물타기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경선으로 모든 게 끝난다면 모르겠지만 경선 다음에 무려 넉달 동안 본선이 지속되는데 이런 방식으로 모면하거나 회피할 수 있겠느냐”며 “그쪽에도 머리 좋은 전략가 많으니 작은 꾀로 임하지 말고 큰 전략으로 임하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의혹을 해소할) 가장 간명한 방법은 당사자인 처남이나 큰형이 받은 240여억원이 어떻게 어디로 흘러갔는지 계좌추척하면 된다”며 “그 땅 주인이 처남이고 형이라면 돈(도곡동땅 매각대금) 흐름만 들여다봐도 (차명재산여부가) 드러날 것이다. 계좌추적까지 할 필요가 뭐 있느냐. (김재정씨가) 금융감독원에 (금융거래내역 공개를) 얘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단하게 말하면 될 것을 계속 정부에서 어쩐다고 한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과 싸우면 표를 버니까 싸움을 벌이려고 하는데 그냥 밝히면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같은 당 식구끼리 고소, 이런 분 앞으로 정치하면 무섭겠다”
    “이명박, 부패 그림자를 분노 표시로 모면하지 말고 대로로 나와라”


    김씨와 (주)다스에 의해 검찰에 고소당한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은 “도곡동 땅을 판 돈이 263억원이었고 보유필지 비율로 따져서 143억원 가량이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씨의 몫으로 알려졌다”며 “거액은 수표나 계좌로 입금됐을 것이므로 입금 내역과 그 이후 세금 낸 부분, 12년 동안 어떻게 지출했는지, 예금으로 보관하고 있는지를 계좌주인인 김씨가 당장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자신의 계좌 입출금 내역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김씨의 고발건)을 수사하는 서울지검이 19일 한나라당 후보검증청문회 있기 전에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 달라”며 “수사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내가 한 것이라고는 언론보도를 갖고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니까 빨리 밝히라고 한 것인데 같은 당 식구끼리 고소하고 그런 것을 보니 이런 분이 앞으로 정치를 하면 무섭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재원 공동대변인은 논평에서 “당내 경선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 당원들이 형사고발까지 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참으로 슬프고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건전한 경선이라고 했는데 진실을 가리기 위해 고소고발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좌파는 분열 때문에 망하고 우파는 부패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정권교체를 위한 대표선수 선발전에 부패의 그림자가 덧씌워지고 있다”며 “이 전 시장에게 제기된 부패의 그림자에 대해 이 전 시장 본인이 스스로 나서서 국민 앞에 떳떳하고 당당하게 해명해라”고 요구했다. 그는 “점점 더 불거지는 부패의 그림자를 분노 표시와 전선확대로 모면하려고 진실과 동떨어진 뒤안길로 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대로로 나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