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6일 사설 '야당 후보에만 집중되는 선거법 수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현 정권이 사법적 물리력을 편파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정권은 정상적인 사법권 행사라고 주장하나 모양새를 보면 관권(官權)의 선거 개입이라는 의혹이 충분하다.

    정권의 압박은 지지율 1위인 이명박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다. 경찰은 22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세종대를 압수 수색했다. 공무원이 특정 후보의 대선 공약인 경부 대운하를 연구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선관위의 수사 의뢰에 따른 것이다. 며칠 앞서 검찰은 이 후보의 사조직 ‘희망세상 21 산악회’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지난 3월엔 검찰은 이명박 출판기념회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한 바 있다. 일련의 조치는 선관위가 의뢰하면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신속히 진행하는 형식을 밟고 있다.

    누구나 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받는 게 마땅하다. 그리고 지지율 1위이건 아니건 어떤 후보가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면 사법권은 엄정히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권력이 편의적으로 행사된다는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권력의 선거 개입이다. 대통령이 수차례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선거운동을 했는데도 선관위는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정부의 대운하 타당성 검토가 특정 후보에 반대하는 대통령의 뜻을 의식한 것이었다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을 터인데 선관위는 관심조차 없다. 대통령이 행정부에 야당 후보 공약의 검증을 ‘명령’해서 공무원의 선거 중립이 위협받는데도 선관위는 침묵한다. 유독 야당 후보 건에 대해서만 선관위는 머리가 빠르고 검경은 발이 빠르다.

    이 같은 이상한 움직임의 뒤편에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아닌가. 한나라당에는 절대로 정권을 넘길 수 없다는 대통령의 편집증(偏執症)적 집착이 숨어 있는 건 아닌가. 1997년 김영삼 정권의 청와대는 김대중 X파일로 장난을 치다가 역풍을 맞았다. 정권의 불순(不純)한 의도는 여론의 심판을 맞게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공직자들은 두려운 마음으로 자세를 바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