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자원공사의 ‘경부운하 보고서’를 두고 ‘빅2’ 진영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열린 25일 한나라당 지도부와 경선후보들의 만찬에는 예상됐던 ‘격한 논쟁’도, ‘빅2의 충돌’도 없었다. 대신 한자리에 모인 5명의 후보들을 향한 당 지도부의 걱정 섞인 쓴소리가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이어진 이날 만찬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발언다운 발언은 한번 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이날 만찬에 참석한 지도부의 걱정으로 채워졌다. 주로 각 캠프 참모진을 자제 시켜야 한다는 ‘경고’ 섞인 당부였다. 


    박관용 선거관리위원장은 “장윤석 네거티브감시위원단장이 각 캠프 참모 발언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한 1차 결과를 캠프에 보냈다”고 말한 뒤 “큰 잔치를 하다보면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날 수 있지만 경선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정도의 소리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다”며 “참모들은 자제하라. 자제하지 않는다면 당으로서는 중한 처벌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박 위원장은 “후보는 ‘반미치갱이’고 참모들은 ‘온미치갱이’라는 말이 있다. 참모들이 과하다. 과잉 충성하는 참모들을 자제 시켜라”고 후보들에게 당부한 뒤 “결과에 따라야 한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헤어질 때 상황을 잘 아는데 여권 분열 공작에 한나라당이 말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

    강재섭 대표는 “지방에 다녀보면 심하게 싸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오늘 모임이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 화기애애하게 잘해보자”며 “경선이 끝나면 어금니 깨물고 헤어질 것처럼 보이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싸우는 것은 좋으나 남들이 볼 때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적이라는 오해를 갖지 않게 해달라”며 “캠프 대변인들이 덜 싸우게 입조심 좀 시켜 달라. 검증위, 윤리위, 네거티브감시위가 공정하게 하고 있으니 당을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완전히 미쳤다는 참모들을 (경선후보가) 심하게 야단 쳤다는 기사 좀 봤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꺼내기도 했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캠프 내에 있는 참모들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윤리위에 회부된 사람이 여러 명 있는데 바로 제명 처분하기도 어렵고 고민이 많다”며 “말에 품위가 있었으면 좋겠다. 국민들이 보기 민망할 정도면 조치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검증위원회 중간 검증 결과 발표 후에 각 캠프 반응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검증위에게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라는 것 같다”며 “경선후보나 캠프는 검증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당 지도부의 질책에 박 후보는 "(캠프에서)지나친 것이 나오면 당이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문제 있다고 이야기하라"라고 요구했고 이 후보는 "실질적으로 싸우는 것 보다 바깥에 더 과하게 알려졌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 모두 "개인적으로 양금은 없다"(박근혜) "앙금이 있었다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 자리에 모여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을 가졌다는 지도부와 경선후보들은 이날 “경선이 끝나면 5명의 후보 모두가 힘을 합쳐 대선에 함께 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은 전했다. 또 한나라당은 첫 번째 공동현장유세(7월 22일)가 시작되기 전에 지도부와 경선후보들이 모이는 자리를 다시 한 번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