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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2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개최한 ‘공작정치 규탄대회’는 당 지도부가 ‘외부의 적’을 향해 쏟아내는 발언의 강경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단합용’ 성격이 강해보였다. 이번 규탄대회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의원은 당 지도부를 포함에 20여명에 불과했다. 당직을 하나라도 맡고 있는 의원을 뺀다면 '순수하게' 행사에 참석한 의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도 꼽히지 않았다.
규탄대회 개최 전부터 행사의 성격을 두고 이명박·박근혜 경선후보 진영을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이 ‘박근혜-범여권 공모’ 의혹을 보내고 있으므로 ‘이명박을 위한 행사’라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고 이 후보 측은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인식을 공유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빅2’ 진영의 충돌로 일단 ‘김이 빠진’ 규탄대회는 뜨거운 날씨에 당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0여 분간 진행됐다. 박 후보 캠프가 요구했던 대로 특정후보 이름이 들어간 피켓과 규탄사도 없었다. 대신 땡볕 아래서 끝까지 규탄대회에 참석했던 당원들이 저조한 의원 참여율을 비판하는 목소리 유난히 크게 들렸다.
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하면서 사이사이 ‘냉랭한’ 이·박 후보 사이를 의식한 발언도 했다. 강재섭 대표는 “노 정권 일파들은 이상한 병을 갖고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도지는, 남의 뒷다리 걸고 자빠뜨리는 ‘권력형 공작정치병’이다”며 “청와대와 각급 기관들이 총동원돼 한나라당 후보를 음해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강 대표는 이어 청와대가 한나라당 후보를 음해하는 사례를 ‘공평하게’ 들었다. 그는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나서서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검토했다. 검토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변조하고 유통시키고 난리를 치고 있다”며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 위변조 의혹’으로 청와대와 ‘한판 붙고 있는’ 이 후보 측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곧이어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이 박 후보 공약인 열차페리를 검토해 보고서를 만들고 난리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우리 후보 누구를 특별히 더 공격하고 덜 공격하고 없다. 차례차례 건드리고 있다. 다 같이 궐기해서 초장에 분쇄해야 한다”며 “우리 유력 후보들끼리 설마 나를 공격하겠느냐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차례차례 모두 공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모택동과 장개석은 싸우더라도 일본군이 쳐들어오면 국공합작했다”며 “저들이 우리 한나라당 후보를 건드릴 때는 이명박·박근혜·원희룡 어떤 후보든 힘을 합쳐 물리치고 경쟁해야 한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또 “검증은 당 검증위원회가 한다. 맡겨 놓고 후보 측근들은 전부 입조심 하라”고 경고한 뒤 “모두 힘을 합쳐 외적을 물리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화력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집중했다. 김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 안보를 거덜 낸 ‘국정파탄 3관왕’이고, 형사·민사소송도 모자라 헌법소원까지 낸 ‘소송 3관왕’이다”며 “재임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옐로카드를 4번 받은 ‘선거법 위반 4관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왕 중의 왕이다. 선거법 위반 세계대회가 있었으면 박사학위 수백개를 받고도 남을 것이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또 “선거법 위반하면서 관권선거와 공작정치를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는 제왕적 대통령”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이용해 흑색선전 허위사실을 뿌리고 다니는 의원들” “대통령의 불법 지시에 맹종하는, 그리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간도 쓸개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일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 “정부 산하기관에 날개 타고 내려와 공작정치 실무를 수행하고 있는 친노 낙하산 부대들”을 “공작정치의 검은 그림자”라고 규정하며 “대선까지 긴장하고 경계하고 죽을 각오로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규탄사에서 “이·박 후보 캠프의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어 국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도대체 누가 우리 편인지 피아식별도 곤란할 정도로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나라는 이명박 후보 나라도 아니고 박근혜 후보 나라도 아니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고 대한민국의 전진을 염원하는 많은 애국 시민의 나라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규탄대회에서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구성 ▲면책특권 활용한 허위폭로, 음해 행위 중단 ▲중앙선관위의 엄정한 법집행 ▲여권의 불법자료 입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3명의 김대업과 손목에 테이프를 묶은 3명의 설훈 전 의원이 나와 ‘공작정치’로 한나라당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