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과거 대선과 달리 이번 선거는 '이명박이냐, 아니냐'는 식의 '참 이상한' 구도가 짜이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정치공세가 자신을 겨냥해 집중되는데 대한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제 1의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1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초청강연에서 그는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니라 사면노가(四面盧歌)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신과 관련된 정치공세의 배후에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 전 시장은 이어 "어떠한 네거티브가 춤추더라도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며 강한 대권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정두언 의원의 '모 캠프, 모 의원이 정부의 문서파일을 받아 변조, 유통했다'는 발언에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 발끈하고 나선 데 대해서, 이 전 시장 캠프는 "이 기회에 진실을 밝혀보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명박-노무현' 구도가 '이명박-박근혜' 구도로 전환되는 것에는 달갑지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정 의원 발언을 자신을 지목한 것으로 받아들인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의원의 반응에 대해 정 의원은 21일 "'모 캠프 모 의원'이라고 했지 자기(유 의원)이라고 한 적이 없다"며 "도둑 제발 저린 격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정 의원은 "어차피 수사하고 있으니 수사과정에서 (문서 유출 경위 등이)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정부의 대운하 보고서 존재가 알려지기 전인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한국수자원공사, 국토개발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 등 3개 기관에서 현 정권 지시로 경부 운하 사업 타당성과 관련한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문건 유통 배후로 거론돼왔다.

    이같은 정황을 근거로 이 전 시장측 진수희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대운하 보고서의 유통 경위에 대한 키는 유 의원이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진 의원은 뉴데일리와 만나 "(유 의원) 자신의 발언이 문제의 발단이 되지 않았느냐"면서 "명확히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표측에서 명예훼손 등) 법적 절차를 밟으면 관련당국의 조사를 통해 더 빨리 모든 과정이 알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문서 파일이 특정캠프 모 의원한테 넘어갔으며, 그 의원이 일부 내용을 변조하고 그게 모 언론사에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해 파장을 불러왔다.

    그러나 정치공작설을 둘러싸고 형성된 '이명박-노무현' 구도가 '이명박-박근혜' 전선으로 이동되는 것이라는 관측에는 강하게 부정했다. 이 전 시장은 정 의원의 발언과 관련한 보고를 뒤늦게 받고 '누가 그랬나'는 반응을 보였을 뿐이며, 박희태 위원장은 "아직 보고 못 받았다"며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장광근 대변인은 "지금은 노 정권의 정치공작에 맞서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캠프 핵심관계자는 "거기(보고서 유통과정 규명)에 이 전 시장이 직접 관심을 갖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 의원과 유 의원의 충돌을 '국지전'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