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내 대선구도 윤곽이 슬슬 드러나고 있다. 

    18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19일에는 이해찬 전 총리가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자신의 캠프사무실에서, 김 전 장관은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이 전 총리는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들의 대선 출마 선언식을 바라보는 범여권 내부의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당장 어느 당의 후보로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인지부터가 아리송하다는 표정이다. 이들의 출마선언문 어디에도, 열린당의 후보로 나서겠다는 것인지, 대통합신당의 후보로서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하겠다는 것인지가 한줄조차 나와 있지 않다.

    뒤집어보면, 현재 진행중인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의 상황 여하에 따라 열린당 후보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셈이다. 대국민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어느 당 후보로 나서고 있는지 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입만 열면 참여정부를 비롯 과거 민주정부 10년의 공과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지고 평가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느 당의 후보로 나서는지 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들이 내세우는 출마의 변 또한 그 진정성에 의구심마저 일고 있는게 현재 정치권 일각의 분위기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이들의 대선 출마 선언은 한나라당 내 유력 주자들을 감안한 맞춤형 후보, 그 이상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 후보로 박근혜 전 대표가 최종 선출되면 한 전 총리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되면 이 전 총리가 '맞춤형'이라는 식인데, 대선 출마 선언도 당장은 이런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당 사수'에 무게를 두고 있는, 공히 범여권 내 친노(親盧)진영을 대표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또 이들은 현재 열린당 당적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열린당 창당 주역인 신기남 전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묻는 질문에 “꼭 열린당 후보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린당에서 후보로 나서는 것, 그 이상의 생각은 없다”고 했다. 신 전 의장은 그러면서 “그(통합 논의와 더불어 당의 진로 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확정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열린당 당적을 보유하고 현재 자천타천 대선 출마 선언을 고려하고 있는 후보라면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를 한번 찾는 것도, 자신의 대선행보에 그다지 큰 흠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말 한·이 전 총리가 어느 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