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빅2’ 진영이 ‘한반도 대운하’의 타당성을 두고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표 공약으로, 17일 이 전시장이 직접 대운하 설명회를 가진 것을 계기로 양 진영간 ‘대운하 공방전’이 재점화됐다.

    통일․외교․안보 분야 당 정책토론회를 하루 앞둔 18일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이 전 시장 측은 통일․외교․안보 정책이 아닌 한반도 대운하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양 진영을 서로를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억지주장 그만하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명박 측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수송수단이 운하”

    이 전 시장 캠프 박형준 대변인과 한반도대운하추진본부장 박승환 의원은 이날 국회기자회견장을 찾아 전날 박 전 대표 캠프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을 맡고 있는 유승민 의원이 제기한 의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승환 의원은 “유 의원은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수송수단으로 운하를 꼽는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독일 운하 바지선 전복사고를 말하면서 오염에 대해 여러 번 말했는데 제대로 사실을 파악하고서 하는 말이냐”고 따졌다.

    그는 “유 의원이 지적한 독일의 컨테이너 전복 사건은 64세 선장이 술에 취한 채 운항하다가 충돌하면서 생긴 사고로 이로 인해 컨테이너 몇 개가 물에 빠져 이것을 건지는데 약 5~6일간 사고지점을 봉쇄한 것에 불과하다”며 “라인강에 배가 침몰해 수개월간 운항 중단이 있었다는 발언을 당장 취소하라. 이는 언어적 테러다”고 비판했다.

    그는 식수문제와 관련, “팔당 물이 풍부하기는 하나 북한강 물처럼 깨끗하지 않다. 취수원의 이전 지점은 양수리로 현재 취수지점으로부터 약 5km 떨어져 있다”며 “취수원을 양수리 지점으로 이전하게 되면 최소 400만톤에서 500만톤 이상 취수할 수 있으며 나머지 부족한 량은 강변여과수와 인공함양수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운하 건설 기간 동안 식수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박 의원은 “우리나라 준설 기술은 강물을 거의 흐리지 않고 흡입방식으로 강바닥을 준설할 수 있다”며 “준설 및 시공 과정에서도 전혀 취수에는 지장이 없다. 기술자들에게 물어나 보고 말하라. 무지의 소치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중수로를 주장하더니 슬그머니 사라졌다고 하는데 그동안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던 상수원 대책이 발표됨으로 인해 이중수로 문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다”며 “이것을 말바꾸기라고 한다면 소도 웃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운하가 “자연하천을 복원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뒤 “수십년간 퇴적돼 온 썩은 퇴적물을 걷어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라며 “독일 운하 중 일부는 인공운하이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사용해 운하를 만든 것이지만 우리의 운하는 그야말로 자연하천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공운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운하의 물류 운송시간을 “설계 기준 시간은 24시간이며 대기 시간 등의 여유 시간까지 합쳐 30~36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운하는 택배가 아니다. 급하게 물건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며 “운하가 옮기는 것은 급한 물건이 아닌 볼륨이 큰 원자재로 이들 물건은 하루 이틀에 썩는 물건이 아니라 장기적 보관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측 “운하 만들면 물 깨끗해진다면서 왜 식수원 옮기나”

    박 전 대표 측 유 의원도 즉각 국회기자회견장을 찾아 이 전 시장측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그는 일단 이 전 시장 캠프의 다섯 가지 특징부터 지적하며 대운하의 타당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 이 후보 본인이 직접 나서서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고 네거티브한다.
    2. 의혹을 제기하면 화부터 내고 싸움부터 건다.
    3. 거짓말을 해놓고 자작한 거짓말을 철썩 같이 믿는다.
    4. 위장이 드러나면 또 다른 위장으로, 거짓말이 드러나면 또 다른 거짓말로 덮으려 한다.
    5. 정책을 비판하면 주로 ‘무식하다, 공부 좀 더하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는 대운하에 대한 이 전 시장 측 대응 방식을 이같이 정리한 뒤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고 했다. 그는 “먼저 1986년 라인강에서 일어났던 화학물질 오염 사고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바지선 충돌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한 적 없다”며 “(내가) 위장해서 음해하는 것 같이 말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이 말 바꾸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대표 사례 몇 가지만 지적하겠다. 일자리가 30만개에서 70만개로 늘어났다. 또 정두언 의원이 독극물 화학 물질을 실어 나른다고 했고 이 시점까지 본인 입으로 취소한 적이 없다”며 “자신들이 한 말을 상대방에게 덮어씌우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악랄한 수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운하를 만들면 물이 깨끗해진다고 하는데 한강이나 낙동강의 상태가 지금보다 깨끗해지는데도 왜 식수원을 옮기고 강변여과수 등 돈 들어가는 취수방식을 해야 하는지도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취수원을 팔당에서 양수리 쪽으로 옮기면 식수가 400~500만톤 밖에 안된다고 인정했는데 하루 필요량 1300만톤의 부족분 800~900만톤을 강변여과수로 공급할 수 있겠느냐”며 “김재원 의원 주장대로 강변여과수 방식에 10조원의 비용이 든다는 점을 문제 삼기 전에 부족한 800~900만톤에 대한 분명한 공급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따졌다.

    그는 “운하 건설 기간 4년 동안 전혀 물을 흐리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내가 그동안 접촉한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공법을 몰라서 안하는게 아니다, 아무리 첨단공법을 사용하더라도 강물이 혼탁해 진다며 530km 전 구간에 걸쳐 이뤄지는 토목공사이기에 4년 동안 물을 먹을 수 있느냐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들의 주장이 당연히 옳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