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4일 사설 '치고 빠지는 의혹제기, 화만 내는 해명'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여권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공격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의 사실상 소유자라는 의혹이 당 검증위원회에 접수됐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엊그제 기자회견을 갖고 “이 후보 부인이 대부분 강남구에서 15차례 주소지를 바꾼 것을 확인했다”며 “위장전입 의혹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은 “지난 39년간 25번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이 있었지만, 투기와 관련된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김 의원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그러나 정작 주소 이전이 일반의 상식보다 왜 많은지 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측은 BBK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나도 피해자”라고만 하고 있다.

    이 후보는 13일 경남 사천 당원특강에서 “저를 죽이려는 여러 세력이 국회에서, 안에서, 밖에서, 없는 욕 다 하고 폭로해서 사람 신뢰 떨어뜨리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이라며 “자기들이 잘해 볼 생각은 안 하고, 어떻게든 끌어내려 보려고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당 안팎에서 근거 제시도 없는 공격의 표적이 돼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국민 앞에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먼저다.

    열린우리당 김 의원은 이 후보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체적 자료를 내놓겠다고 했으나, 약속한 13일이 되자 “나는 기록을 본 적이 없고, 제보 받은 것을 물어봤을 뿐”이라고 발을 뺐다. 심지어 “투기 의혹이 있다고 말한 적 없다”고 했다. 상대에게 오물을 뿌리고 빠져나가는 수법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상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 기록을 입수하거나 공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김 의원은 그걸 제보를 받았다는 식으로 위법 문제를 피해가려는 것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은 당내에 ‘한나라당 후보 검증위’를 조직 중이라고 한다. 이 조직이 정부와 연결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한국수자원공사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연구하고 국무총리가 그 내용을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박 후보는 얼마 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이었다.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가 5·16 뒤 국가로 넘어가서 나중에 박정희 대통령의 ‘정(正)’자와 부인 육영수 여사의 ‘수(修)’자를 뽑아 새로 만든 이름이다. 부일장학회 설립자측은 “강제로 빼앗겼다”고 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10년간 하다 이 문제가 정치쟁점이 되자 2005년 물러났었다. 장학회 설립자측은 “그후 다시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 이사장이 됐다”면서 “박 후보가 사실상 장학회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후보도 당 검증위에서 명백하게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