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본격적인 대선경선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원희룡 의원·이명박 전 서울시장·홍준표 의원 등 예비대선주자들이 사실상 첫 장외대결을 펼쳤다. 9일 경기도 이천 설봉산에서 개최된 경기도당 당원 등반대회에는 3000여명의 당원이 운집해 '미니 전당대회'를 방불케했으며, 4인의 주자들은 축사를 통해 유세전을 벌였다.
전날 부산에서 교육복지분야 정책경쟁으로 날을 새웠던 주자들은 연단에서 서로 담소를 나누며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란히 자리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역시 행사도중 귓속말을 주고 받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남경필 도당위원장을 비롯, 이규택 전재희 고흥길 박순자 심재철 정진섭 신상진 고조흥 임해규 정병국 이재창 한선교 의원 등 경기도 지역 소속의원들이 이날 행사에 대거 참석했으며, 박순자 이성권 의원도 함께 했다. 또 탈당이전까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돕던 박종희 전 의원이 모습을 나타내 눈에 띄었다.
먼저 단상에 오른 박 전 대표는 간단한 인사말로 당원들을 향해 새로운 결의와 각오를 다져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산행할 때에도 마지막 고지가 있듯이, 한나라당도 마지막 고지가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우물을 팔 때 한길이 모자라 물을 만나지 못하면, 그 우물은 버려야한다"며 "공든 탑이 무너지지않도록, 쌓아온 보람을 거두기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박근혜 "한길모자라 물 못나면, 우물을 버려야한다…끝까지 최선"
이명박 "북한도, 대통령도 한나라 승리 막으려해…방심말자"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 전 시장은 자신을 겨냥한 노무현 대통령의 거듭된 공격을 직접 비판했다. 이 전 시장은 "요즘 해괴한 일을 당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명예박사를 받는 좋은 자리에서 왜 시비를 거나. 나라의 경제를 살리고, 높은 세금을 줄이자는데 왜 사사건건 그걸 시비를 거냐"며 성토했다.
그는 또 "일주일 전에는 북한이 '이명박이 대통령되면 남북관계에 먹구름이 낀다'고 했다"면서 "이게 말이 되나. 먹구름을 걷어내려고 하는데 낀다고 협박한다. 대한민국이 협박당하면 되겠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승리를 북한도, 대통령도 힘모아 막으려한다"며 "방심하지말고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겠다"고 역설했다.원 의원은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며 '강력한 검증'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대신 식구끼리니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검증과 공격을 해서는 안되겠다"며 "사실과 근거를 갖고 당당히 나서 당 검증위원회와 당원이 판단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홍 의원역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과 싸우고 있는데, 더 치열하게 싸워야 집권한다"면서 "그러나 감정은 내비치지말아야하며, 흠결이 있다면 철저히 파헤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질 때에는 '이인제'라는 배신자가 있었다. 그래서 졌다"고 소리높여, 당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남경필 "성경서 예수님 다음으로 유명한 지도자는?"…객석서 "이명박"
박근혜 이명박 '빅2' 지지자 신경전도 과열…인기도 '빅2'한편 이날 즉석 유세전에서는 수도권에서의 강세를 증명하듯 이 전 시장의 짧은 연설동안 11번의 박수와 연호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모세의 '희생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남경필 도당위원장이 "성경에서 예수님 다음으로 유명한 지도자가 누구냐"고 질문을 던지자, 청중에서는 '이명박'이라는 대답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또 이 전 시장 지지자들이 '이명박'을 외칠 때 마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박근혜'를 부르며 되받아치는, 객석 신경전도 벌어져 경선레이스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축사와 기념촬영을 끝낸 뒤에도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좀처럼 쉽게 행사장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