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5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박근혜 + 민주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국 정치에 대해선 허무주의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손학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난달 20일 김대중(DJ)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하는 동영상을 보면. 김영삼(YS)의 상도동에서 14년 간 밥을 먹은 손학규, 그가 YS와 평생 천적 관계인 DJ를 방문해 동교동 문하생으로 입문하는 장면들. 김일성을 만나기 위해 월북한 목사 문익환의 감격 장면을 기억하는가.

    동영상 카메라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손학규의 감격적이면서도 온순한 모습. DJ는 그의 월경(越境)에 잔잔하고도 행복한 흡족함을 감추지 못하고.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정동영, 김근태… 범여권 대선 주자들은 너나 없이 동교동 문턱을 넘나들었다. 중세유럽 귀족 부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애완견 ‘푸들’을 아는가. 대권이라면 ‘DJ 푸들’이 되어도 좋다? 민주당 대변인 유종필의 논평은 낄낄 웃게 한다. “이젠 ‘DJ 젖’을 떼라.” 떼기는커녕 대통합을 반대하던 민주당 대표 박상천도 꼬리를 내리고 DJ 사람인 김한길과 합당해 버렸다.

    YS의 상도동 민주계는 박근혜 진영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집주인 YS가 이명박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는데도. 복심(腹心) 서청원에 이어 YS 시절 정무장관을 지낸 홍사덕의 합류가 기다리고 있고, 김덕룡 강삼재의 합류도 점쳐지고 있다. 1980년대 초 이 땅에 민주화의 횃불을 올린 민주화추진협의회의 민주계 일부도 박근혜 지지를 선언했다. 왜 상도동 민주화 2세대들은 오합지졸일까. ‘YS 젖’을 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YS 젖’만 뗐기 때문이 아니라, ‘박정희 = 독재자’라는 좌파의 주술에서도 일찍부터 젖을 뗐기 때문이다. 홍사덕은 회고한다. 그에겐 통곡하듯 울었던 기억이 세차례 있었다. (그의 저서 ‘지금 잠이 옵니까’) 아버님이 작고하셨을 때, 여동생을 여의었을 때, 그리고 대학에 다니던 1964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이 서독을 방문해 가난 때문에 서독으로 간 한국인 간호사 광부들과 서로 엉켜 통곡했다는 신문기사 한 줄을 읽고서. 노무현은 2일 격정의 연설에서 박근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라고 하자. 그러면 유신시절 유신헌법을 달달 외워 판사가 된 노무현은 ‘독재의 부역자’라는 도발적인 질문도 가능한가. 독재자의 하수인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