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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달라졌다.
대통령선거일을 딱 200일을 앞둔 1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전투모드'로 분명히 돌아섰다. '유쾌한' '훈남' '통큰' 등 수식어를 지녀온 이 전 시장은 이날만큼은 '대통령 예비후보' 본연의 자세만 있을 뿐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전날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하는 경선대책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첫 당원행사에서 이 전 시장은 대선행보에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인천에서 처음 가진 시당당원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의 목소리는 결의에 차있었다. 당원특강 내내 선거유세를 연상케할 만큼 잔뜩 힘이 실려있었다. 계양구 교통연수원을 가득 메운 당원을 앞에 두고 이 전 시장은 "지금은 누가 나라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결정해야 한다"며 "잘 결심하고, 선택하고, 행동해 12월 20일 여러분과 다시 만나 만족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리 높였다.
톤을 점점 높이는 점강법도 사용했다. 이 전 시장은 "내 자신을 위해서, 기업을 위해서, 서울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 "한나라당 대표가 되려고 출마한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살림을 살 최고경영자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대권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당내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도 평소보다 높은 수위를 유지했다. 이 전 시장은 "'나라를 위해서는 이명박을 지지해야겠는데, 공천 준 사람이 저 사람이라서…. 선거때 운동해줘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그래서 되겠느냐"고 직격했다. 그는 참석한 당원들을 향해 "(당협)위원장 중 '나 공천줬기 때문에…'라는 사람 있으면 좀 가르쳐줘라. 국민이 잘 모르는 사람을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도 강력했다. 기자실 통폐합 논란을 벌이고 있는 노 대통령을 향해 이 전 시장은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 대통령은 기자실을 없앤다, 만다 이거 갖고 기자들과 싸우고 있다"며 "이제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를 한나라당이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또 "옛날 독재군사정권때 정치는 독재인지 몰라도 경제는 성장해 분배를 더 많이 했다"면서 "서민 위해 가장 제대로 못한 것이 지난 10년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무대에 오른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도 거셌다. 이 최고위원은 "무슨 구멍가게 하나도 안해보고, 평생을 월급받아 세금 한번 안내본 사람이 말로 대통령한다고 하면 되겠느냐"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 최고위원은 "민주주의는 민심의 정치이고, 민심은 천심"이라며 "민심이 한표라도 더 가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대통령 후보도 국민이 원하는 사람을 뽑아야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후보를 뽑으면 본선에서 필패한다"면서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것이 우리가 (경선에서) 선택해야 할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8월 찍고, 12월 일하는 정부를 세워주기 바란다"며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당부했다.
이날 당원간담회에는 이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성권 이윤성 이원복 공성진 의원, 조진형 인천시당위원장, 장광근 전 의원, 이춘식 전 서울시 부시장 등 이 전 시장 캠프인사가 대거 참석했으며, 빽빽이 들어선 1000여명 당원들의 호응도 열기를 더했다.[=인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