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를 향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의 공격이 매섭다. 공격의 선봉에 선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이혜훈 의원은 31일 대운하의 경제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경제성 없는 선거용 경부운하 공약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대운하의 환경파괴 문제에 이어 이날은 경제적 가치를 검토했다는 두 의원의 결론은 ‘경제성 제로(0)’다. 이들은 “앞으로 (기자회견할 것이) 10회나 남았을 정도로 많다. 정책검증은 8월 19일(경선일)까지 계속될 것이다”며 이 전 시장에 대한 ‘시리즈 정책검증’을 예고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환경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경부운하(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는 국민경제적 타당성”이라며 “경부운하가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면 이 전 시장의 말이 맞지만 거꾸로 경부운하가 경제를 망치는 토목공사라면 결론은 그 반대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부운하의 경제성을 검증하는 일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 너무나 중요하다”고 ‘정책검증’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대운하의 경제적 비효율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100원 투자하고 5원 버는 적자 사업” 유 의원은 우선 대운하의 B/C비율(비용편익분석을 통해 특정 사업의 편익과 비용을 추계해서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B/C비율이 1.0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고 1.0 미만이면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유 의원은 ‘경부운하의 B/C비율=2.3’이라고 주장한 이 전 시장 캠프의 곽승준 교수(고려대 경제학과)의 ‘한반도대운하 건설의 경제성 분석’(2월 12일 발표) 자체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100원을 투자하면 230원을 버니까 130원의 흑자(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라는 주장인데 이 전 시장 캠프에 속하지 않은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경부운하의 B/C비율은 0.05~0.24에 불과하다”며 “100원을 투자하면 5원 내지 많아도 24원 밖에 벌지 못하니까 95원~76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증거로 제시한 전문가의 연구결과는 홍종용 교수(한양대)가 발표한 ‘경부운하 경제적 효과의 허구성’이다.

    유 의원은 이어 “노무현 정권이 한국수자원공사, 국토개발연구원, 건설기술연구원에 지시해 3개 기관이 경부운하의 B/C비율을 조사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지만 (연구결과는)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 “노 정권이 연구를 지시했다면 이 전 시장이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써먹으려고 감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또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경부운하 타당성을 조사했는데 효율성이 전혀 없어 중단했다는 말을 들었다. 서울시민이 낸 세금으로 경부운하 타당성을 조사했다면 매우 잘못된 것이다”며 “조사를 했는데 B/C비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발표를 못하고 있다면 당장 발표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박형준 의원은 어제 ‘2.3은 곽 교수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결과이고 다른 변수를 종합하면 1.2가 나올 수도, 1.5가 나올 수도 있다. 자체분석 결과 적어도 1.0은 넘는다’고 했는데 B/C비율이 1.2, 1.5가 나온 연구결과를 당장 공개해라"고 요구했다.

    ◆70시간 걸리는 운하의 물동량 있나 유 의원은 대운하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두 번째 이유로 ‘물동량’을 꼽았다. “고속도로는 6~8시간, 철도는 7시간, 바다(해운)는 30시간이 걸리는데 60~70시간이 걸리는 운하로 자기 화물을 옮길 화주(貨主)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유 의원은 “화주의 선택은 시간과 돈이다. 공장에서 트럭으로 운하까지 화물을 운송하고 서울에서 하역해서 또 필요한 곳까지 화물을 트럭으로 운송하려면 시간은 더 걸린다”며 “운하통행료를 내지 않고 거의 공짜로 옮길 수 있다고 해도 운하를 선택할 화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두언 의원은 바지선에 ‘시멘트, 유연탄, 독극물이나 화학물질 같은 위험한 화물을 운송한다’고 했는데 부산에서 서울까지 시멘트, 유연탄, 독극물, 화학물질을 운송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한마디로 운하로 운송할 물동량이 없다는 뜻이다. 이 전 시장은 경부운하의 바지선에 무슨 물건을 나를 것인지 대답해라”고 몰아붙였다.

    캠프 대변인 한선교 의원은 논평에서 “이 전 시장 측이 주장하는 운하로 운반되는 물품, 즉 벌크화물 시멘트 유연탄 등은 강원도 탄광지대 또는 수입품이 들어오는 항구로부터 철도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골재 팔아 경부운하 건설? 대운하 건설비용 조달방법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골재를 팔고 민자를 유치해” 14조~20조원 가량의 비용을 조달하겠다고 한 이 전 시장의 주장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다. 유 의원은 “‘골재 8억㎥ 이상을 캐내서 1㎥에 1만원을 받고 팔아 8조원 이상의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전 시장의 주장인데 8억㎥를 캐내 팔 수 있다는 것은 과장”이라며 “2006년 우리나라 모래 수요가 1억㎥에 불과한데 (8억㎥를 캐내 팔면) 골재 값 폭락은 눈에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자를 유치한다면 어떤 민자업자가 이 사업에 뛰어들겠느냐”며 “경부운하에 통행료 수입이 없어 적자를 보면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손실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골재를 팔고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재원조달 계획이 허구라면 이 전 시장은 국민 앞에 경부운하를 무슨 돈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밝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14조~20조원의 건설비는 지불해야 하니까 토목공사에 참여하는 민간 건설업자들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이 전 시장은 토론회 내내 운하를 건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했는데 왜 취수원을 옮겨야 하느냐” “취수원 이전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인데, 얼마의 예산이 드는지,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밝혀라” “이중수로를 어디부터 어디까지 건설하겠다는 것인지 그 구간을 밝히고 소요예산의 재원조달 계획을 밝혀라” 등 이 전 시장 측 반박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질문에 대한 이 전 시장 측의) 반박이 시원치 않다면 적절한 기회를 봐서 (대운하에 관련된) 기자회견을 또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유 의원과 이 의원은 대운하 정책 검증을 ‘정치공세’라고 폄훼하며 자신들을 “이명박 저격수 혼합복식조”라고 비난한 이 전 시장 캠프 대변인 박 의원에 대한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이 의원은 “박 의원이 공개 정책질의에 대해 저격수라는 저급한 표현으로 인격을 매도했다. 사과해라”며 “공개정책토론회가 끝난 뒤 수질 오염 부분에 답변을 왜 안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의원이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고 해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공개질의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