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시일 내에 여성 최고국가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한다”(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을 뽑을 날이 가까워왔다”(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한나라당 대선후보 원 의원과 범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손 전 지사가 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 주최 ‘2007핑크파워-여성유권자대회’에서 한 발언이다. ‘여심(女心)공략’차원으로 보이지만 이날 행사에는 이번 대선에서 ‘여성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박 전 대표도 참석해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여성의 권익향상’을 한목소리로 외치는 두 대선후보로 인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로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였다.

    행사 축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손 전 지사는 “박 전 대표가 나왔을 때보다 박수와 내가 나왔을 때의 박수를 비교하면서 ‘내가 잘못 왔구나, 박 전 대표 들러리 서러 왔구나’ 생각했다”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그는 이어 “‘2007 여성유권자 선언문’을 읽어보니 ‘여성유권자는 양성평등 세상의 비전을 제시하고 여성 복지문제를 해결할 후보를 선택한다’고 남의 얘기 같지 않다”며 경기도지사 시절 여성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자신의 노력을 역설했다.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 31개 시군을 직접 관리하는 행정계장에 간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성을 앉혔다”며 “여성 권리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도 여성 대통령을 뽑을 날이 가까워왔다”며 “스스로를 존경해야 한다. 여성은 남자가 가진 모든 것을 가졌고 거기다 ‘모성’을 하나 더 가졌다”고 치켜세웠다.

    원 의원은 “얼마 전 프랑스 대선 결과를 보면서 부러웠던 것은 내각 구성을 하면서 절반을 여성 각료로 구성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빠른 시일 내에 최고국가지도자와 주요 각료들이 여성으로,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와 지방의회 비례대표의 절반을 여성에게 할당하면서 싸우는 정치, 생활과 동떨어진, 말 많은 정치를 떠나 키워주는 정치로 바뀌고 있다”며 “여성 할당제가 의무적인 제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유권자연맹이 할 일이 많다. 준비된 여성 지도자를 키우고 뽑아야 한다”며 “나도 평생회원의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 양성평등의 그날을 위해 힘차게 전진하자”고도 했다.

    가장 먼저 축사를 한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로 나가야 하고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며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결혼하거나 애가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차별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 사회는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조금 전 ‘대선 여성 유권자 선언문’을 채택했는데 이번 대선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느냐, 이대로 주저앉느냐를 결정짓는 정말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 여성이 당당해지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깨어나고 행동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사도 분명하게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 일정으로 인해 이동하려던 도중 여성대통령의 장점을 묻는 한 여대생의 질문에 “여성대통령 자체가 사회나 정치권의 큰 변화다. 여성도 차별 없이 국가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5년후 국민들로부터 어떤 말을 듣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내가 대통령이 돼)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편안한, 잘사는 선진국이 됐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게 내 목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24일 부처님 오신 날 행사 때 이후로 오랜만에 만난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는 나란히 앉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이 둘은 이날 오전 서울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7’ 개막 총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함께 조우할 기회가 있었지만 손 전 지사가 1시간 30분가량 늦게 도착해 얼굴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