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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줄다리기’ 얌전한 이미지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박 전 대표는 평소 정적인 운동인 ‘단전호흡’으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한다. 그런 박 전 대표가 30일 한나라당 사무처 및 국회의원 보좌진 체육대회에서 축구공도 차고 줄다리기도 했다.
줄다리기에서 박 전 대표가 속한 팀이 ‘2 대 0’으로 이겼지만 이긴 팀 내에서도 “너무 봐준다”는 말이 나왔다. 박 전 대표의 줄다리기 솜씨는 ‘어설펐다.’ 양복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전투적으로 ‘덤벼드는’ 강재섭 대표, 홍준표·원희룡·고진화 의원에 비해 박 전 대표는 맨 앞줄에 서긴 했지만 ‘줄다리기 초보’ 자세였다.
줄을 그저 끌어당기는 수준이었지만 박 전 대표는 즐거운 표정으로 열심히 ‘본분의 다했다.’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끼어 있는 팀이 첫 승을 손쉽게 따낸 뒤 자리를 바꿔 진행된 2차전도 가볍게 이긴 박 전 대표는 “너무 쉽게 이긴 것 아니냐”는 물음에 “원래 세다”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국회 출입 기자들과 보좌진들의 축구시합에 앞선 강 대표와 4명의 대선주자들의 시축에서 구두까지 벗고 축구공을 멀리 찬 원희룡 의원 옆에 자리 잡은 박 전 대표. 그도 있는 힘을 다해 공을 찼지만 축구공은 ‘볼링공’이 돼 사진기자들 사이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한 시간 가량 짧은 ‘체육대회’를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는 박 전 대표는 운동장 곳곳에 있는 당 사무처 직원들과 보좌진들을 찾아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즐거운 하루 되세요” “유쾌한 하루 되세요”라고 인사했다.
국회 운동장에서 ‘당심잡기’ 경쟁한 대선후보들
한편 이날 체육대회장은 당 대선후보들의 또 다른 유세장이 됐다.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제외하고 한 자리에 모인 나머지 4명의 대선후보들은 ‘당심(黨心)잡기’에 분주했다.
고진화 의원이 가장 공세적이었다. 고 의원은 축사에서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내가 보좌관을 대거 공천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당에서 훈련된 사람들을 정치일선에 써 먹는 것은 당연하다. 밑으로부터 성장한 사람을 홀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 낙하산이나 돈이 있어서 공천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할당제를 만들든 해서 당에 헌신한 사람들이 당 주인이 되는 한나라당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당 사무처 직원들과 보좌진을 “한나라당을 떠받치고 있는 큰 기둥”이라고 치켜세운 뒤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수고하는 여러분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당사에서나 의원회관에서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서 한나라당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여러분이 그동안 노력했던 결실을 맺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정권교체는 여러분 손에 달려 있다. 마지막까지 큰 활약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홍준표 의원은 “뒤늦게 경선에 들어갔지만 한나라당 경선이 뻔한 게임이 되지 않도록 양강 구도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며 “한나라당 외연을 확대하고 국민들이 (경선을) 역동적으로 관전할 수 있도록 해야 집권의 길이 열린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앞으로 4차례의 토론회로 5%의 지지율을 달성하고 7월 검증 과정을 거쳐 10%의 지지율을 달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검증할 게 없다”는 홍 의원의 발언에 고 의원이 자리에 앉아 “정책이 없구만, 정책이…”라고 ‘딴죽’을 걸기도 했다.
원희룡 의원은 당 사무처 직원들과 보좌진의 건강부터 걱정하면서 “보좌진의 의정활동이 많다. 사무처도 날로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단합된 힘으로 정권을 바꾸자. 서로 소홀한 점을 메울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