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21일 “나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끊이지 않아 내가 복지부에 계속 있으면 복지부에 해로울 것 같다”며 사퇴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최근에 절차를 밟아 (청와대에) 장관직 辭意사의를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대통령으로부터 확답은 못 들었다”면서도 장관 자리를 그만둔다고 발표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아직 승낙하지도 않은 사실을 국민 앞에 먼저 공개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청와대 사람들은 이날 유 장관의 사퇴 발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장관의 거취 문제를 청와대가 발표해온 관행에 비춰보면 유 장관의 행동은 정말 거칠 것이 없다는 식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라 불릴 정도로 힘이 센 유 장관이 아니라면 누구도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유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처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지난달 6일이었다. 대통령은 사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한 설명도 없이 지금까지 시간을 끌어왔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국회 처리 때문이라고 했다. 그 사정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도 이번엔 또 사표를 수리한다고 한다.

    대통령은 유 장관을 임명할 때도 온갖 무리를 다 했었다. 대통령이 그에게 장관 자리를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열린우리당의 거의 모든 의원들이 “민심을 거스르는 인사”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시민 의원이 앉아 있을 수도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를 대며 임명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지금 드러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친노·탈노 분열은 그때 본격화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유 장관이 임명됐을 때 대통령의 한 비서관은 “당의 차세대 주자를 키우는 차원”이라고 말했었다. 이제 그가 당으로 돌아가서 친노 대선주자 대열에 머릿수 하나를 더 보태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