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9일 사설 '통일장관 혼자만의 감동'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납득할 만한 근거 제시는 없이 남북관계를 장밋빛으로만 채색하려 든다. 국민을 향해 주제넘은 훈계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 장관은 "남북 열차 시험운행 때 북측 단장의 얘기를 들어 보면 개통 의지가 분명하고, 구체적 계획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는 발언이다. 북측이 이번 시험운행에 얼마나 소극적이었는지는 이 장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북이 함께 이뤄낸 위대한 승리"라는 장관의 말에 북측 단장이 "아직 위대하다는 말 붙이지 마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하지 않았나. 북측의 썰렁한 보도 태도 등 다른 정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북측 단장이 열차 개통에 적극적 의지를 피력했다니 어안이 벙벙한 것이다.

    설사 북측 단장이 그런 의사를 밝혔다면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북측의 개통 의지는 어느 정도였는지, 구체적인 발언은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러니 '열차가 정상 운영되려면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을 무마하기 위해 한번 던져본 발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이 장관은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라.

    이 장관은 시험운행을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는 첫출발'로 규정하면서 "분단 이후 국민이 평화를 만들거나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깊이 반성할 일"이라고 말했다. 열차 운행을 위해 북한에 막대한 규모의 지원이 들어갔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북한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반성하라는 얘기와 진배없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 이 나라를 작금의 수준까지 발전시켜 온 대다수 국민을 모독하는 안하무인성 발언이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얼마나 많은 평지풍파를 일으켜 왔는가. 자신의 편향된 시각을 국민에게 강요하려 들지 말고 다른 견해도 들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