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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도 수용할 수 있는 겸양 있는 캠프라야
대선주자의 성패 여부는 ‘캠프’의 ‘능력’ 그리고 ‘조직 친화력’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대선 ‘캠프’는 한마디로 어떤 대선주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동안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李)·박(朴) 대선 ‘캠프’를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이·박 ‘캠프’에 대해 여론도 들어보고 또 본인이 느낀 점도 있어 한번쯤 박근혜 ‘캠프’에 대해서 보다 활력적인 ‘캠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느낀 점을 기탄없이 밝혀보고자 한다.
물론 이것은 본인이 박 ‘캠프’를 보고 있는 주관적인 관점만은 결코 아니었음을 전제로 한다.
박근혜 ‘캠프’와 이명박 ‘캠프’가 그리고 있는 사고의 궤적과 관점은 상당부분 차이가 있고, 어떻게 보면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하기도 할 법하다.
박 ‘캠프’의 모습은 일관성이 있는 장점은 있으나, 반면에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도 상당 부분 있다. 이 말은 캠프가 비교적 리버럴하지 못하고 다소 경직성과 긴장감을 지니고 운영되고 있다는 말과도 상통된다.
박 ‘캠프’의 ‘하이라키’가 확실히 정립되어 있는 확고한 조직인가에 대해서도 다소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 과연 박 ‘캠프’는 ‘캠프’ 나름대로의 오소리티를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캠프’인가. 항간에는 캠프가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말들이 간혹 회자된다. 이 말은 박근혜 ‘캠프’가 경직성의 회로를 지니고 있다는 말과도 같을 수 있다.
이명박 ‘캠프’는 비교적 유연성이 있다고 보는 반면에, 박근혜 ‘캠프’는 다소간 긴장감이 흐르고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견해가 상당부분 많다고들 한다.
대선주자에 대해서 냉혹하리만치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인 신혜식 씨는 ‘이·박에 관련한 기사를 가감 없이 독립신문에 실어 비판을 하고 있는바, 이에 대해 대응하는 캠프의 모습도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신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비판 기사나 칼럼이 게재되었을 경우, 박 캠프 인사들은 ‘사실이 아니다’ ‘삭제해 달라’ 등 강경한 요구를 하는 한편, 이명박 캠프는 ‘논쟁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라는 식의 표현을 대신하면서 비판 기사나 칼럼을 삭제해달라는 요구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비판 기사나 칼럼에 대해 ‘발끈’하는 경직성 보다는 오히려 ‘문제파악’을 원하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태도가 (비록 속은 쓰릴지라도) 박근혜 캠프가 필요로 하는 오늘의 완만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쓴다.
신 대표의 말을 상정해 보면서, 만약 이명박 ‘대운하’문제를 세차게 비판했을 경우 이명박 캠프에서는 본인에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논쟁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아니면 ‘논쟁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라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면, 박근혜 ‘페리·열차’ 문제에 대해서 본인이 비판했을 경우에 박근혜 캠프 인사들은 본인에게 어떤 태도로 또 무슨 말을 했을까 매우 궁금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박근혜 캠프가 문제 해결함에 있어 유연성이 부족하고 다소 권위적이다 라는 느낌을 본인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은 박 캠프를 방문해 본 적도 없고, 초청받은 적도 전혀 없다. 그러나 많은 지인들을 통해서 캠프에 대한 말들을 비교적 소상히 듣고 잇는 편이기도 하다. 본인이 물어본 것이 아니고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입력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대선 ‘캠프’는 주군(主君)(?)이 목표(대통령)를 달성(대통령 당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최상위 참모조직이자 전투(득표활동)조직이다.
국민을 상대로 표심(票心)을 읽고 파악하여 국민적 지지를 획득하는데 있어서 ‘캠프’의 모습이 외부에 긴장감과 경직성이 흐르고 웃음이 없는 조직으로 비춰진다면, 이러한 캠프는 활력을 잃고 있는 조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외부로 느껴지는 대선 캠프의 모습은 적어도 ‘유머’와 ‘활력’과 ‘조직의 탄력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판도 수용할 수 있는 겸양(謙讓)있는 캠프라야 한다.
물론 캠프에 포진하고 있는 ‘캠프·맨’들은 주군(主君)의 승리에 자기들의 생명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이명박 캠프에 줄서있는 국회의원들은 이명박 전 시장이 대통령이 될 경우 반드시 논공행상되어 자기의 정치적인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캠프에 줄서있는 국회의원들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에는 논공행상되어 정치적인 뜻을 역시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될 만한 분들에게 너무나 일찍이 줄서고 야단법석을 떨지들 않았겠나.
그러나 이미 확고하게 줄들을 서버렸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표가 승리하면, 이명박 전 시장에게 줄서있던 국회의원들은 낭인(浪人)이 될 것이고, 이명박 전 시장이 승리하면 하루아침에 박근혜 전 대표에게 줄서있는 국회의원들이 낭인이 될 것이라는 설이 시중에 파다하다.
그래서 비장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이·박 캠프는 지닐 수밖에 없겠으나, 그래도 ‘승리’가 최종목적이라고 생각할 때 캠프는 고도의 승리전략과 조직의 활성화를 위한 탄력적 전술개념이 폭넓게 투영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장과 경직으로 인한 조직의 역기능을 감소시킬 수 있는 환경개선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 캠프는 상당히 유념해야 될 것 같다.
이미 박 캠프의 경직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캠프를 떠난 전여옥 의원이 떠올려진다. 전여옥 의원은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소신 있게 하며, 애국심이 강한 여성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여옥 의원이 떠나면서 한 말을 박 캠프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여옥 의원은 지난 5월 3일 “그 캠프(박 캠프)에서 성(城)을 쌓고 계신 분들은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할 것"이라고 하면서, <백지연의 SBS 라디오 전망대>에 출연하여 "박 전 대표의 주변 사람들은 박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드는 일보다 자신들의 가치를 각인시키는데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다"고 한 말을 깊게 되새겨봐야 한다. 본인도 전여옥 의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박근혜 캠프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상당수가 과거에 고위공직 내지는 고위직책에 종사했던 분들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마치 작은 정부가 형성된 느낌이다. ‘네임벨류’를 중시하는 캠프처럼 일견 비춰지기도 한다.
캠프는 과거에 사는 캠프가 아니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위해 방방 뛸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캠프가 이상적인 캠프라고 할 수 있다.
이름 있는 명망가보다는 능력 있고 치열하게 그리고 원칙을 중시하는 선거 전략을 세워 승리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략가들이 캠프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존재들이다.
박근혜 캠프·맨들이 언론을 통한 발언은 지나치게 강성인 경우가 많다. 물론 경쟁 관계의 승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강성 발언을 경쟁 상대에게 해야 하는 특수한 환경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고, 또 옳은 일이라고 해도 과도한 의분(義憤)의 표현은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유연성 있는 표현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 캠프가 임무를 수행키 위한 권한의 위임 체계(Deligation of Authority)가 박 캠프에는 취약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캠프가 이명박 캠프를 향해 치열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소위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도덕적 검증, 자질 검증, 정책 검증, 인성 등등을 통해 과연 대통령 예비후보자가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를 파악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투명하게 비교 관찰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캠프의 승리를 위해서도 중요하고, 더욱이 국민을 위해서, 더더욱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치열한 검증 공방을 함에 있어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항상 주장했듯이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 그러려면 원칙 있는 검증 공방이어야 하며, 또한 박근혜 캠프도 스스로가 치열한 검증을 받아야 할 모든 원칙적인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이나 ‘허구’나 ‘허위’의 검증 공방은 엄밀한 의미에 있어서 치열한 검증 공방의 범주를 벗어난 패배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원칙 있는 치열한 검증 - 바로 이것이 박근혜 캠프가 검증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 또한 박근혜 예비후보도 당연히 치열한 검증을 받을 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명박 전 시장이 ‘경선 룰’과 관련해서 강재섭 대표가 중재안을 발표했을 때,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 고수를 천명했고, 이명박 캠프는 ‘중재안 거부’를 천명했다.
박근혜 캠프는 불변의 원칙 고수를 단호하게 표현했고, 이명박 캠프도 더 이상 양보는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는 강 대표 의원직 사퇴 배수진 바로 직전에 ‘양보’라는 한국적 감성(?)을 발휘하여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드라마틱하게 정치게임을 벌이고 양보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다소간 심어주었다. 박근혜 캠프는 원칙을 지켰고, 이명박 캠프는 드라마틱한 효과적 정치게임을 벌였다.
결국 국민들에게는 ‘이명박 전 시장이 양보했다’는 미덕의 결과로 비춰졌고,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강인한 후보로 비춰졌다.
결국 박근혜 캠프의 경직성이 이명박 캠프의 유연성에 눌린(?) 형국이 되었다는 사실은 과연 박 캠프가 전략적으로 면밀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의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명박 캠프는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우수한 인력을 비록 자기와 각을 세운 사람들이라고 해도 필요하다면 캠프에 끌어들이려고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 같고, 박근혜 캠프는 다소 권위적인 모습 속에 의연성을 보이려 한다는 인상이 짙게 풍긴다. 있을 테면 있고, 갈 테면 가라라는 식의 캠프는 덕성이 없는 캠프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대선 캠프는 최소한 겸양지덕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국민의 한 표 한 표를 소중히 해야만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는 보다 진취적이고 리버럴하며 경직성과 긴장성에서 벗어나서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지나치게 권위적이지 않는 캠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본다.
잡설이라고 생각하면, 깊은 이해가 있기를 바란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