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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일 사설 '노 대통령은 선거 개입 발언 말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주저앉히며 범여권 후보를 정리하는가 하면, 그저께는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대선 주자들을 일일이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인기가 있건 없건 대통령의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직위를 이용하면 '대통령으로 만들 수는 없어도 누군가가 되지 않게 만들 수는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기에 선거 개입을 금지해 왔고, 그런 전통은 존중돼 왔다. 개혁을 내세우는 노 대통령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조차 지켜온 금도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시중에는 노 대통령이 입만 대면 낙마한다는 말이 나돈다. 지난 연말 고건 전 총리를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고 말한 뒤 고 전 총리가, 2월 말 한 인터넷 매체에서 "경제하는 대통령이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치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정 전 총장이 차례로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마침 정 전 총장이 손을 든 날 저녁 노 대통령이 "분위기가 참 좋다. 입이 째지려고 한다"고 말한 것은 본인이 의도한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더욱 노골적이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친노(親盧) 후보군을 제외한 모든 예비후보에게 흠집을 냈다.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며 저울질한다"(김근태.정동영 전 의장)느니,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간다"(손학규 전 경기지사)고 꼬집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며칠 전에도 사학법 개정 요구와 관련해 '인질.파업정치'를 한다고 비난하더니 또 "대통령의 낮은 인기를 바탕으로… 반사 이익만 챙긴다"고 공격했다. 선거 개입 발언으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던 노 대통령이 아닌가. 임기 말이라고 이제 막가자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의 마지막 과제가 공정한 선거 관리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