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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통합론을 둘러싼 열린우리당 내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당 와해가 점점 기정사실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은 이날 탈당을 시사하는 카드를 꺼내들며 사실상 통합을 위한 역할에 나섰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낙마가 보여주듯 당 지도부의 후보중심 대통합론은 용도폐기가 불가피하니 이제는 당 내부 대선주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와 ‘당 사수파’로 대변되는 신기남 전 의장이 이들을 직격하고 나서면서 통합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접전을 찾을 수 없는, 서로 갈길을 찾아가는 수순으로 번지고 있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달이 가기 전에 결심하겠다. 열린당 후보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5월말 탈당을 시사했다. 이어 “열린당 해체는 불가능하다”며 “통합을 위한 분화가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그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 “큰 틀에서 협력할 파트너다. 조만간 만날 생각”이라면서 범여권 통합을 위한 대선주자연석회의 등 구체적인 움직임에 나설 뜻을 밝혔다.
정 전 의장은 또 “권력에서 제일 나쁜 건 ‘예스맨’”이라면서 “모든 일엔 공과가 있다. 나는 (노 대통령의)대연정론, 대북송금특검, 코드인사를 막지 못한 데 대해 반성하고 후회한다”며 노 대통령과의 본격적인 차별화 움직임까지 내보였다.
아울러 김 전 의장도 이날 오전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열린당을 해체하고 민주당도 담을 허물어야 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면서 향후 대통합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범여권의 대선주자들에게 “5․18 광주 망월동을 공동 참배하고 그 이후에 원탁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대선후보연석회의에 방점을 찍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낙마로 이제는 대선후보가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이어 “마지막 기득권인 열린당의 해체를 통해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의 장애물이 제거됐다는 합의가 이뤄지면 대통합신당이 이뤄질 수 있다”며 “5월말 실무적으로도 (통합의) 분명한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하며 당적 문제는 그때 가서 결정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른 5월말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은 범여권 대통합을 위한 당 해체를 촉구하면서 대선 주자들이 직접 나서 대선주자연석회의의 필요성을 당 지도부에 압박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맞물려 당 내부에서는 집단탈당 움직임까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당 지도부는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노선이나 정책면에서 당이 변했거나 본인이 변했을 때 당을 떠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러기 전에 당의 정강정책이 그대로 있는데 본인도 변하지 않고, 이해관계가 안맞다고 탈당을 밥먹듯이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이들을 비판했다. 장 원내대표는 이어 “당원, 특히 국회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직분에 충실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도저히 당에 몸담을 자신이 없다거나, 해당 발언을 할 수밖에 없다거나, 당을 모함해서 자기의 살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당을 떠나는게 낫다”고까지 했다.
아울러 ‘당 사수파’를 대변하는 신기남 전 의장도 별도 자료를 통해 이들을 직격했다. 신 전 의장은 “통합신당하자고 해서 우리는 당 양보했고 전당대회를 통해서 4개월동안(6월14일까지) 대통합추진하기로 했다”면서 “민주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면 그 결정사항에 따라야지, ‘당을 해체하자’ ‘나는 나가겠다’며 당을 흔들어대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발끈했다.
신 전 의장은 이어 정 전 의장의 ‘예스맨’발언을 언급하며 “더 나쁜건 권력이 강대할 땐 ‘예스맨’이다가, 권력이 저물자 갑자기 ‘노맨’이 되는 것”이라면서 “(이는)자기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처신”이라고 힐난했다. 신 전 의장은 “정당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자신들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결정사항을 자신들이 앞장서서 가로막는 행태 역시 자기부정이다. 정치인을 떠나 인간적으로도 이렇게 해선 안된다”고도 했다.
신 전 의장은 또 “이미 당을 떠난 분들은 당을 지켜라 마라 할 자격과 권한이 없는 분들”이라며 “따라서 노 대통령이 열린당 해체를 반대하기에 질서있는 통합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변명에 불과하다. 자기 살길을 위한 핑계일지라도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고 강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