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진행 중 사건 겨냥 국정조사 강행필리버스터 무력화 … 여당 단독 처리대장동·대북 송금 등 7개 사건 전면 조사국힘 "위헌 소지" … 권한쟁의심판 검토
  •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등 여권의 국정조사 법안 가결 관련 규탄대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지난 2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 등 여권의 국정조사 법안 가결 관련 규탄대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재판 중인 사건은 국정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법 규정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형사 사건이 포함된 국정조사를 강행 처리하면서 법을 초월한 이른바 '초법적 폭주'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조치를 '이 대통령 형사 사건 공소 취소'를 위한 사전 정지 수순으로 규정했다. 이와 함께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임을 지적하면서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빌드업 하기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라며 "한 사람의 범죄 재판을 '공소 취소'로 없애기 위해 국정조사를 동원하는 것 자체가 명백히 위헌·위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대통령 재판은 조작된 기소가 아니라 정상적 기소라는 것을 국민께 알려야 한다"며 "이 대통령의 범죄 행위와 관련한 공소 취소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의 반대와 필리버스터에도 범여권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표결로 강제 종료한 뒤 재석 175명 중 전원 찬성으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계획서'를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계획서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국정조사는 대장동 개발 비리,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금품 수수, 쌍방울 대북 송금, 부동산 통계 조작, 서해 공무원 피격,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허위 보도 의혹 등 7개 사건을 대상으로 한다. 

    국민의힘이 이번 국정조사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하는 핵심 근거는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에 있다. 해당 조항은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정한 7개 사건 대부분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다. 1심이나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거나 대통령 본인의 재판이 중단된 상태일 뿐 확정되거나 종결된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해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는 "재판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는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며 "권한쟁의심판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권한쟁의심판 인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권한쟁의심판은 권한을 침해받은 자가 국회를 상대로 해야 하기에 수사기관 또는 법원에서 해야 할 것인데 권한쟁의심판을 하면 아마 인용될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결론이 나는 것이 아니라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인데 그 사이 어떻게 할 것인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위헌 소지도 있다. 삼권 분립은 헌법상 가치이기에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마 위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법률적으로도 사실 말이 안 되고 그렇게 되면 기존의 결정은 사실상 효과가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조항 자체가 모순된 조항"이라며 "상위법도 아니고 같은 법률 조항이 배치되는 것이기에 이 자체로 적용이 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위법 여부를 떠나서도 국정조사법에도 삼권 분립을 한 이유에 대해서 나와있는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법부 영역에 대해서 판단하지 않겠다는 법률 취지가 있는 것인데 해당 계획서는 국회가 사법부 영역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호 캡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국정조사라는 것이 국회의 권한이라면 기소에 대해서는 검찰, 법무부, 행정부의 권한, 이에 대한 판단은 사법부의 권한"이라며 "이제는 입법부가 선출 권력이라는 미명 하에 대놓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모든 결정과 판단을 뒤집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이번에 확정된 국정조사는 오는 5월 8일까지 50일 간 진행되며 필요 시 본회의 의결로 연장할 수 있다. 특위는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7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맡기로 했다.

    조사 범위에는 검찰, 법무부, 대통령실 등 지휘라인의 조직적 개입 의혹과 수사·기소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 등이 포함됐다. 조사 대상 기관으로 대법원, 대검찰청, 법무부, 감사원, 경찰청뿐 아니라 공수처와 쌍방울 등까지 명시됐다.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국정조사 계획서 의결에 반대해 17시간 35분 동안 국정조사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이어가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회가 나서서 모든 것을 다시 판단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국정조사가 아니라 사법 판단에 대한 정치적 재구성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도 열었다. 나경원 의원은 같은 날 규탄사에서 "민주당은 이 국회를 완전히 본인들의 사유물로 만들겠다고 한다. 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며 "통치자가 자신을 위해서 법과 제도를 왜곡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독재의 완성 아니냐"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죄 지우기 국정조사 독재정치 중단' 피켓을 들고 "공소 취소 검은거래 국정조사로 밝혀내자", "셀프 면죄 죄 지우기 국민이 심판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국정조사가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치검찰의 표적 수사와 증거 조작, 회유·협박에 의한 허위 진술 유도 등 검찰권 남용의 전모를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했다.

    정청래 대표도 SNS를 통해 "내란의 티끌까지 법정에 세울 것이고 검찰의 조작 기소 의혹도 낱낱이 파헤쳐 책임자들을 반드시 처벌하겠다"며 보복 수사를 시사하는 강경 발언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