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수구·꼴통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이 ‘유연한 대북정책’이다. 한나라당은 TFT를 구성해 유연한 기조로의 변화를 꾀했으나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19일 당 정책의총에서는 당내 강경보수파와 온건개혁파가 대북정책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당 평화통일정책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황진화 의원은 “통일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을 새롭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뚜렷한 대북정책의 거시적 틀을 논의해야 한다”며 “수구·꼴통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로 비쳐서는 안된다. 대안은 보이지 않고 무조건 변화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피해야 한다”고 대북정책 기조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그 여정은 험난해 보인다. 

    '온건개혁파' "유연하게 접근하자. 북한 변화시켜야할 상대로 봐야"
    북한 실체 인정, 헌법 영토조항 수정, 제도적인 대북지원 등 주장

    소장파 남경필 의원은 “대북정책에서 지켜야할 가치와 원칙을 빼고는 모든 것을 바꾸자”며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키지 말고 이슈별로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했고 6자회담에서도 국가 대 국가로 임해 국제사회는 현실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며 “북한의 실체 인정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헌법 제3조 영토 조항 수정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외에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유연한 자세, 대북한 선언문 발표, 당 차원의 대북공식접촉 창구 개설, 국회 내 남북 의원친선 협회나 의원연맹 창립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진 의원은 “북한을 압박해서 붕괴시켜야 할 상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평화통일을 위해 변화시키고 개방시켜야할 상대로 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현실적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정일 이후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한나라당 신(新)독트린’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대북지원’과 ‘북한 실체 인정’을 주장했다.

    '강경보수파' "북핵폐기 안됐다. 남북문제 대중영합주의적이어서는 안돼"
    2·13합의 이행 우선, 원칙 있는 대북지원, 북한 실체 인정 반대


    그러나 강경보수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공성진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평화 정착을 뒷받침해 나가는 데 있어 결코 훼손되지 말아야할 가치와 꼭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며 “남북문제를 대중영합주의적이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자”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은 언제나 벼랑끝 전술로 그들의 실리를 챙길 것인데 우리가 앞다퉈 대북지원책을 쏟아 내는 것은 협상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전략적이지도 못하다”며 “당내 인사들도 개인의 정치입신을 위해 남북관계를 교묘히 이용하려는 대중영합적인 처세는 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기춘 의원은 “2·13합의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변했다고 볼 수 없다”며 “북한이 핵폐기도, 비핵화도 하지 않는데 무슨 변화가 있다는 것이냐”고 대북정책 기조 변화에 반대했다. 그는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자며 헌법 영토조항 수정 논의를 주장한 남 의원에 대해 “국가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영토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남한이) 실효적 지배가 불가능한 북한 지역을 북한에 주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 지역을 북한 영토로 인정한다면 통일에 역행하고 분단을 고착화할 것이다”고 반대했다.

    이날 의총은 3시간이 넘게 진행됐으며 발언을 신청한 의원만 18명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당 지도부는 이날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소모임 등을 만들어 대북정책 의견을 꾸준히 수렴할 예정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곧 완료될 대북·통일관계 보고서 등을 종합해 검토한 뒤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